스페인 은행 구제, 은행감독기구에 발목 잡혀…그리스 조건 변경, 20일 회의서 윤곽 잡힐 듯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그룹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월례회의를 갖고 역내 재정위기 해소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당시 합의된 유로존 금융안정 긴급대책들을 구체화할 방안들이 주요 논제가 될 전망이다.
이어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조정·스페인의 은행권 구제금융 조건·키프로스 구제금융 규모와 조건 등도 논의된다.
유로그룹 의장과 곧 출범을 앞둔 유로안정화기구(ESM) 수장 인선 역시 다뤄진다.
EU 관계자들은 그러나 회원국 간 이견이 커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EU 정상회의 직후 안정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과 ‘차기뇌관’으로 떠오른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다시 뛰어올랐다.
유로그룹은 오는 20일 특별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이지만 중요 사항들은 여름 휴가철이 지난 이후에야 본격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EU 관계자들의 상황 분석이다.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ESM의 직접 지원·구제기금의 국채 직접매입 허용과 변제 선순위권 삭제·유로존 차원의 통합 금융감독기구 마련 등에 대해 진척이 없을 것에 시장은 불안해 하고 있다.
우선 긴급 대책의 전제로 제시된 유로존 금융감독 기구는 실질적으로는 일러야 내년 상반기에 마련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선 새로 출범할 항구적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구(ESM)는 스페인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대출해 줄 수 없다.
그 대신에 기존의 임시 구제기금인 유럽재안정기금(EFSF)이 대출해 줄 수 있지만 ESM과 달리 EFSF는 유로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현재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여전히 선대책을 강력 요구하고 있어 스페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스페인 은행 중 한 곳은 올 연말 이전에, 나머지는 내년 봄까지 자금을 수혈받아 자본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 7일 “재정적자를 줄일 새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정상회의 합의사항의 신속 이행을 촉구했다.
EU 관계자들은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이 시한 전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면서 “9일에 이어 20일 열릴 유로그룹 회의에선 향후의 타협점과 관련한 실마리라도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채무 감축 목표 시한의 연기 여부가 논의의 초점이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7일 채권단에 “목표 시한 조정은 꼭 필요하다”면서 “이 것만 들어주면 다른 모든 조건들은 철저하게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은 트로이카 실무진의 실사보고서가 나온 이후에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지급분의 집행과 다른 조건들에 대한 변경 여부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사보고서가 이번 주 안에 나오기 어려워 9일 회의는 그리스와 유로존 회원국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 그칠 수 밖에 없다다고 EU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정 방안은 오는 20일 특별회의에서나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으로 EU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한편 오는 17일로 임기가 끝나는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 후임자 인선 문제 역시 독일과 프랑스 간 물밑 협상이 결렬돼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융커 의장을 일단 6개월 간 유임시킨 채 유로그룹 의장과 ESM 초대 총재 등 주요 EU 기관 직책들의 회원국 간 나눠먹기식 일괄 협상이 가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