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신한銀 인천공항지점 텔러
제가 근무하는 인천국제공항지점은 지점 특성상 환전 업무가 많습니다. 환전을 할 때마다 적은 액수의 동전이 생기는데 감사하게도 고객들께서 카운터에 놓은 유니세프 모금함에 동전을 넣어주십니다. 몇십 원, 몇백 원이 모여 월말이면 꽤 많은 금액이 됩니다. 어느 날 머리가 하얀 외국인 노부인께서 300달러를 환전하고 가시더니 곧 되돌아오셨습니다. 혹시 환전한 금액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이냐고 여쭙자, 그분은 모금함을 가리키며 이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습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떠듬떠듬 "세계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한 유니세프 모금함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노부인은 주머니에서 노란 5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넣으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이 우리나라 돈을 잘 몰라 혹시 5000원과 착각한 게 아닌지 여쭈어보았습니다. 노부인은 망설임 없이 5만 원을 모금함에 넣으면서 "오늘 나의 밥값을 이 모금함에 넣은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본인은 하루 굶어도 살 수 있지만, 그 한 끼를 못 먹어 죽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하시며 무척이나 밝은 표정으로 5만 원을 넣고 가셨습니다. 노부인의 말과 행동에 감동과 경외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행복해하는 그분의 표정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는 제 밥값 1만 원을 모금함에 넣었습니다. 노부인의 기부액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모금함에 넣고 나니 그날 하루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