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터뷰]아마추어 김효주, 그린 위에선 '프로잡는 괴물' 그린 밖에선 '순수한 여고생'

입력 2012-06-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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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산토리 레이디스 우승, 신기록 쏟아내며 JLPGA 역사 새로 써…9월 프로 전향 "인성 갖춘 골퍼 될게요"

▲일본 산토리 오픈에서는 역대 18홀 최저타 기록으로 최연소 우승한 김효주(17 대원외고2년)가 12일 오후 서울 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임영무 기자)
“얼마전 밥 먹으러 설렁탕집에 갔다가 한 손님이 저를 알아보고서는 어린친구가 어쩜 그렇게 잘하냐며 격려해 주셨어요. 그 때 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프로잡는 아마’, ‘괴물’ 김효주(17·대원외고2)를 계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영락없는 여고생의 모습이 비춰졌다. 금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쑥스러워했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어 창피해요. 어색해 죽겠어요”라며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피아노를 시키고 싶었던 부모와 달리 태권도 배웠다. 그런데 도장옆에 골프연습장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클럽을 잡았다. 6학년 때 주니어 상비군에 발탁됐다. 육민관중 3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했다. 만 16세 332일로 역대 최연소 우승, 11언더파 61타로 18홀 최저타, 한국인 아마추어가 일본 프로대회 최초 우승 등 일본골프사를 다시 썼다.

“사실 61타는 아버지(김창호씨) 꿈때문에 이룬 거예요. 아버지가 삽으로 고기를 잡는 꿈을 꾸셨대요. 처음에는 작은 고기, 두 번째도 작은 고기, 세 번째는 조금 큰 고기가 나오더니 마지막에는 엄청나게 큰 고기가 나와서 잡았다는 거예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첫날 1언더, 둘째날 1언더, 셋째날 4언더, 마지막날 11언더파를 친 것과 딱 맞아떨어지잖아요.”

아버지는 골프를 잘 모른다. 때문에 입문때부터 스윙 코치인 프로골퍼 한연희(전 국가대표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여고생답지않게 그는 멘탈에 신경을 많이 쓴다. 스포츠심리학자 조수경(42) 박사에게 멘탈트레이닝을 받거나 자신이 직접 멘탈 노트를 작성하는 등 정신적인 훈련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멘탈 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죠. 지난해 아빠 친구분께서 멘탈 노트를 써 보라고 했어요. 일기처럼 라운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스윙의 문제점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이 멘탈노트가 엄청난 재산이 됐다. 오늘은 컨디션은 어땠는지, 어떤 생각으로 연습하고 경기 했는지, 기술적인 것 중 무엇이 잘됐고 안됐는지 등의 개인적인 내용과 대회마다 선배들에게 들었던 기술적인 팁이나 진심어린 조언들을 적어내며 되새긴다.

“혼자 있을 때 회상하며서 적어보고 그것을 다시 읽으면서 한번더 생각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제 비밀병기가 됐죠.”

골프를 안할때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빅뱅의 탑을 좋아하고 케이 팝 스타,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챙겨봅니다. 노래 듣는 걸 골프 다음으로 좋아해요. 가리지 않고 모든 노래를 즐겨듣지만 빅뱅을 좋아해 그들의 노래를 자주 듣죠”라며 “탑, 너무 잘생기지 않았나요?”라고 물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특히 그는 케이 팝 스타의 광팬이었다.“우승한 박지민이나 준우승한 이하이 모두 팬이었죠. 그래서 두 명에게 모두 문자 투표를 하는 것도 모자라 아빠, 엄마, 언니의 핸드폰을 모아 문자 투표를 했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허각과 박효신 노래는 꼭 챙겨 부르지만 댄스곡은 잘 못한다고 손사레를 친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인성이 잘 갖춰진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 성적이 좋고 우승경험이 많다고 해서 훌륭한 골퍼가 되는 건 아닌 거 같다”며 “아직 제가 많이 어리잖아요, 실력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격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버지와 감독님의 가르침,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 멋진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자신의 미래상이다.

김효주는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팀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프로로 전향한다. 우리는 3개월후면 ‘무서운 10대’ 프로를 만난다. 김부미 기자 boomi@

◇프로필

△1995년 7월 14일 강원도 원주 △165㎝ △드라이버샷 평균 260야드 △아마추어 14승 △2012년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 △2012년 JLPGA 산토리레이디스오픈 최연소 우승(만 16세332일), JLPGA 18홀 최저타(61타), 한 라운드 최다 버디(11개) 신기록, 4라운드 17언더파 271타 타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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