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힘들어 폐업 속출…피해는 결국 소비자에
#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10여년간 운영해오던 40대 개원의 최모씨는 최근 한 성형외과와 병원을 합쳤다. 최근 몇년간 강남에 우후죽순 피부클리닉이 들어서면서 환자 크게 줄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수익이 줄어들자 최신 시술과 장비 도입 등 재투자가 어려워졌고 환자들은 더욱 발길을 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결국 2년전부터 적자에 허덕이다 병원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에 새 둥지를 튼 성형외과에서 그의 직책은 공동원장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봉직의다. 장비는 갖고 들어갔지만 병원 설립과 운영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았다.
강남에서 소위 잘 나간다던 원장에서 불과 몇년만에 월급쟁이 의사로 전락한 현실이 씁쓸하지만 최선의 고육지책이라 생각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동네 의원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6~8월 병상 수 29개 이하 1차 의료기관 1031곳을 대상으로 ‘2010년 병원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진료시간은 전년보다 1시간 줄어든 50.1시간이었고 환자 수도 하루 평균 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의원들이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 것은 의사 수의 증가로 개원의가 늘고 있는데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무리한 시설, 인력 투자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원 의사 10명 가운데 7명(72.3%)은 개원자금으로 부채를 떠안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역시 "강남 개원가의 절반 정도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한해 10~20% 병원들이 폐업하고 있다" 전했다.
동네의원의 몰락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지원 체계는 1차 동네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차도가 없거나 위중하다면 2차 병원급으로, 최종에는 3차 종합병원까지 가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환자들은 1차 동네의원을 믿지 못하고 너도나도 대형종합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 의료비가 증가해 결국 의료보험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또 1차 의료기관의 몰락은 비싼 진료비를 내고 어쩔 수 없이 대형병원에 가야 하는 사태가 빚어져 결국 의료소외계층만 더욱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지원체계의 불균형은 의료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개인 경영 한계에 직면한 병원은 네트워크 병원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의료 상업화의 중심에 있는 네트워크 병원의 확산은 의료서비스의 획일화를 가져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