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공주님 이윤지가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상적인 첫 등장 이후, 다양한 감정씬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점차 사람들은 이윤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물론, 상대 배우인 조정석(은시경 역)과의 깨알같은 로맨스는 사람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급기야 시청자들은 20대 여배우 기근 속에서 이윤지가 새로운 희망이란 호평을 보냈다. 이런 반응을 들은 그녀는 "소름 돋아요"라고 표현하며 커다란 눈에 감격을 가득 채웠다.
자유분방한 영혼을 가진 공주님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왕실 근위대장에게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은시경이 재신이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사랑하지 못했겠죠. 공주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신이는 평생 만나본 적 없던 사람을 만나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궁금증이 호기심으로 발전하고 그게 장난기도 됐다고 나중에는 좋아하는 마음까지 생겼죠"
많은 사랑을 받은 '은신(은시경·이재신)커플'이지만 이윤지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조금 더 알콩달콩한 모습을 많이 보였더라면 은시경이 죽었을 때도 슬픔이 덜했을 거에요." 한 회에서 한 두 장면밖에 없는 이 귀한 커플의 투샷 때문에 팬들은 '나노 커플'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분량이 적은 아쉬움을 나노 입자에 비유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은신 커플이 적게 등장해서 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아마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에서 두 사람은 더 다정했을 거에요."
이윤지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조정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하는 연기들을 온전히 받아줬어요. 이미 '은시경'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있어서 어떤 것도 담을 준비가 돼 있었죠. 이 파트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철벽남' 은시경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실제로도 우직한 사람이 좋아요.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죠. 그런데 제가 재신이처럼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나노커플은 커녕 평생 이뤄지지도 못할 것 같아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와 달리 연애할 때는 수줍은 스타일이란다.
'더킹 투하츠'에서 이재신은 감정적으로 가장 많이 고생한 인물이다. 한 순간의 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오빠이자 선왕인 이재강의 죽음에 관여한 사실, 사랑하는 은시경의 죽음 등 시련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윤지는 고통을 당하고 이를 극복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오빠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절 생각하면 스스로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 찼죠. 처음 대본을 받고 혼자 읽어보는데 아이처럼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이윤지는 드라마 종영 후 며칠에 걸쳐 빡빡한 인터뷰 스케줄과 대학원 수업까지 병행하고 있었지만 특유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윤지는 석사 과정까지 공부할 정도로 연기 욕심이 대단하다. "늘 제 연기가 못마땅하고 더 잘하고 싶었어요. '과연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하고 걱정이 많은 타입이에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너무 큰 과제가 주어져서 거기에 집중하다보니까 걱정조차 할 겨를이 없었어요. 연기를 넘어서 작품 속에 온전히 제가 존재했던 것 같아요."
'더킹 투하츠'는 이윤지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다.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이자 가장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었죠. 연기로나마 다양한 시련을 경험해서 그런지 이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지만 재신이가 그리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