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50만명 3개월 이상 월급 못받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위기의 시발점인 그리스에서 급여를 못 받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에는 지난 2010년 위기가 발발한 이후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급속히 많아졌다.
특히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급여 미지급은 고착화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 2개월 동안 누구도 세금·급여 등을 지급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를 경화(hard currency)로 보고 지출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수도 아테네의 헨리뒤낭병원은 의사를 포함한 1150명의 직원들에게 올들어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이 병원의 직원들은 지난해 급여 역시 지난달 말에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여전히 열려있는 이유는 월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계속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그리스 전체의 축소판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WSJ는 그리스 기업들이 직원 급여는 물론 거래 기업에 지급해야 할 대금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고용 당국에 따르면 200만명의 민간 부문 계약직 가운데 40만~50만명이 3개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3분의1은 부품 제공업체에 대금을 못주고 있다.
정부 역시 조달업체들에 대금 지불을 미루고 있고 국민들의 세금 환급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조달업체에 지불해야 할 금액은 57억유로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리스에 제공할 구제금융 지원을 연기하면서 더욱 악화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방정부는 부가가치세(VAT) 환급에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급 자체를 연기하고 있다.
급여를 받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급속도로 늘면서 은행권의 부담도 늘고 있다.
모기지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기 때문.
돈줄이 마르면서 선지불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용어설명: 경화(hard currency)
국제 금융상 환관리를 받지 않고 금 또는 각국의 통화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