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적도의 남자' 이준혁 "장일의 생사? 개인의 판단이 정답"

입력 2012-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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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영무 기자)

대중 콘텐츠의 열린 결말은 시청자들에겐 즐거운 고민거리다. 시청자들은 열린 결말을 통해 극의 'ever after'를 마음껏 상상한다. 철저히 관찰자의 위치에 있던 그들이 이야기꾼으로 새 역할을 얻는 순간이다.

최근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가 종영했다. 극을 이끈 각 캐릭터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지만 단 한 명, 의구심을 남긴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이장일이다. 종영 후 그의 생사 여부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 토론의 장이 열렸다.

천리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 그는 살아있을까, 아니 죽었어야 했을까. 그 중심에 서있는 장일 역을 연기한 이준혁을 만나 장일의 생사여부를 물었다. 드라마 종영 후 영등포 '파크 앤 느리게'에서 만난 그는 "애매~하다"는 답을 내놨다.

이준혁은 "'자살이다, 아니다' 이야기가 어긋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 "죽었다고 믿으시면 죽었다고, 살았다라면 살았다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되지 않을까?"라고 우문현답했다.

권선징악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악역인 이장일의 열린 결말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장일은 "애매하다. 그리고 나는 애매한 지금이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장일이라는 인물에게 죽음은 일종의 구원"이라면서 '죽었다고 생각하면 그가 구원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장일의 죄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죄일까? 난 그럴 수 없는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극중 장일은 우정과 사랑을 제쳐두고 성공만을 향해 달려간 남자다. 야망을 좇으며 비뚤어진 길을 택하기도 했고 지독한 외로움을 겪었다. 그 외로움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한 원동력이었다.

장일은 그의 죽음을 애달파 할 정도로 동정 받은 악역이었다. 이는 그를 향한 시청자의 사랑으로 이어졌다. 과거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도 질타를 받았다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준혁은 "시청자들이 악역 캐릭터의 어두운 면에도 공감대를 느낄 만큼 솔직해졌다"면서 "장일은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욕망을 그린 캐릭터다. 시청자가 내면에 있는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장일을 바라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악행으로 난도질 당할 것이 예견된 캐릭터였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도마 위의 생선같은 느낌이랄까"라며 "최대한 그를 차갑게 바라보면서 치열하게 그리려고 했다.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배우의 고민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이를 통한 '적도의 남자' 속 그의 호연은 '이준혁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시청률 수치 이상의 값진 성과다.

이준혁은 "시청률 수치, 시청자, 언론까지 모두가 다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누구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사진=임영무 기자)

'적도의 남자'를 통해 열정을 쏟아낸 이준혁은 차기작 대신 군복무를 택했다. 올 해 입대 후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팬들 곁에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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