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예보, 3차 부실 저축은행 ‘매각 조건 완화’

지난달 초 문을 닫은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의 매각 조건이 한 층 완화된다. 최근 저축은행 업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인 성향이 짙은 만큼 잠재적 인수 희망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함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4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의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통한 입찰 공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매각 가능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심화돼 있는 만큼 매각 조건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예보는 총자산 규모, 실사 기간 등의 저축은행 매각 입찰 기준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먼저, 지난해 저축은행 매각을 실시했을 당시 총자산 2조원 이상을 충족해야만 입찰이 가능했던 기준을 1조원으로 낮췄다. 특히 한주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 자격 조건만 갖췄다면 자산 규모는 상관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보통 3주 정도 적용됐던 실사기간을 4주로 연장할 방침이다. 저축은행 부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채 정산 관련 내용도 인수 희망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예전보다 명료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이처럼 매각 기준을 낮춘 배경에는 '저축은행 인수=부실 떠안기'라는 시각이 팽배해 금융지주사들 조차도 눈치보고 있는만큼 다양한 분야의 대상자들에게 저축은행 입찰 참여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예보 관계자는 "이미 금융지주회사들도 그렇고 저축은행 인수를 경험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메뉴얼도 구축했을 것이고 자세도 더 세련돼졌을 것"이라며 "더 많은 입찰자들을 유치하고자 입찰 조건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단, 입찰 희망자들이 인수가격을 높게 제시할 경우 매각 보다 청산하는 방향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매각을 통해 부실을 털고 저축은행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질 뿐더러 최소비용원칙에 준수해 그 이상의 가격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다각도로 저축은행 매각 작업을 실시하겠으나 최소비용원칙에 따른 가격 기준은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