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승 이어 '매치퀸' 등극…30~40대 삼촌팬 인기 독차지
5월 13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프로데뷔 첫 승을 만들더니 곧바로 이어진 두산매치플레이에서도 정상을 신고하며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흥강자로 급부상한 김자영(21·넵스)의 이야기다.
사실 우리투자증권때도 우승을 기대하진 않았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날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투어생활과 대학생활(동국대학교 체육교육과)을 병행하는 그는 최근 여러 일정 때문에 심신이 많이 치쳐있었다.
데뷔 때부터 그녀에게는 늘 ‘미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골프선수라는 게 의심될 정도로 마른 몸매와 이쁘장한 외모덕에 붙여졌다. 하지만 김자영에겐 이같은 수식어가 늘 부담스럽기만 했다. 얼굴만 이쁘기만 하고 실력이 없는 선수로 낙인찍힐까 내심 두려웠다고 한다.
김자영은 ”그동안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실력보다는 외모로 주목을 받으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두 번의 우승으로 ‘실력파 골퍼’라는 얘기도 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호리호리한 외모지만 근성하나는 남자 못지 않아=천상여자일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승부근성이 대단하다. 중학교 1학년, 골프채를 잡기 전까지 수영선수를 지냈다. 수영이 정신력을 강화시켜 주는데 큰 도움을 줬다. 어릴 때부터 힘든 상황에서 극복하는 능력에 강하다.
아버지 김남순(52) 씨를 쏙 빼 닮아 운동 신경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한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몸에 좋다는 한약은 안 먹어본 게 없을 정도다.
김자영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몸에 좋다는 건 다 약으로 지어주셨다. 현재도 도핑에서 제외되는 약재위주로 한약을 계속 먹고 있다. 워낙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고민이 많았다. 몸에 좋고 골프에 도움이 된다는 것들은 다 챙겨 먹었다”고 털어놨다.
프로데뷔 3년차지만 우승이 없던 그였기에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쁜성적은 아니었다. 2010년에는 상금랭킹 14위(1억7519만원)위, 2011년에는 19위(1억4849만원)에 오르며 20위권 내에 꾸준히 들었다. 하지만 이 성적표는 김자영의 마음에 들리 없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걸까...?’
그는 “루키시절과 그 다음해에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김자영은 더욱 골프에 매진했다.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도 요청했다. 특히 현재 군복무중인 김대섭(31) 프로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퍼팅을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김대섭의 대답은 노(NO)였다. 군생활 때문에 좀 곤란했기 때문이다.
김자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대섭이 오빠가 처음엔 군생활을 하고 있어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될 때까지 부탁을 했고, 결국 승낙해 줬다”고 설명했다.
김자영은 김대섭에게 연습장에서 하루 3~6시간씩 셋업 자세와 퍼팅 스트로크 리듬을 교정받았고 특훈이 빛을 발휘하면서 2연승의 주인공이 됐다.
◇평일에도 경기장 찾는 삼촌팬↑ 실력으로 보답하고파=30대 중후반, 김자영의 소속사 우산을 들고 그녀를 묵묵히 쫓아다니는 남성들이 경기장에서 속속 눈에 띄었다. 그녀의 가족도 소속사 직원들도 아니다. 김자영의 삼촌팬이다. 김자영은 인터넷 팬클럽 회원만 2000명을 육박한다.
김자영의 어머니 김희선(47)씨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자영이를 보러 자주 찾아 주신다”며 “주로 가정이 있는 30~40대 삼촌뻘 되는 남성분들이신데,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부인과 함께 나들이 겸 오시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다른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뺏어갔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한 여자 선수는 “요즘 자영이가 우승하면서 (김)하늘이, (양)수진이 삼촌 팬들도 다 뺏어갔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자영은 “일부러 먼 곳 까지 저 보시러 오시는 분들인데,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꼭 팬들과의 모임을 열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인기가 많은 만큼 그녀의 이상형이 궁금했다. 김자영은 말이 잘 통하고 현안하고 따듯한 남성이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MBC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은시경 역을 하고 있는 조정석이 눈에 들어온다는 얘길 전했다.
그는 “조정석씨가 연기하는 은시경 캐릭터가 이상형에 가깝다”며 “묵묵하게 한 여성을 사랑하고 뒤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끌린다”고 털어놨다.
올시즌 치러진 4개 대회에서 2승을 만든 김자영. 목표는 확실해 졌다. 상금왕과 다승왕을 휩쓰는 것. 앞으로 16개의 대회가 남아있다. 매치플레이에서 우승기록을 세운 만큼 국가대항전인 한일전에도 참가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투어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언제 어떤 무대로 진출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않았다. 아직 외국투어에 진출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자영은 “개인적인 마음가짐과, 기술적인 면, 스케쥴 등이 모두 준비가 되면 해외진출을 할 것이다”며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은 만큼 일본투어 보다는 미국투어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