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뚝심, '제2 중동신화' 일궜다

입력 2012-06-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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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9조 규모 이라크 신도시 건설 의미는?

▲김승연(왼쪽) 한화그룹 회장과 말리키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10만호 건설사업 본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선견지명과 뚝심이 총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해외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한화그룹이 지난달 30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이어 기공식을 가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한국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 1830ha(550만평)에 조성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급 규모로 도로, 상·하수관로를 포함한 신도시 조성공사와 10만호 국민주택 건설공사로 구성된다.

한화그룹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 프로젝트는 김승연 회장의 특별지시에 의해 지난 2009년부터 준비돼 왔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강조했던 김승연 회장은 그해 12월 김현중 부회장을 ‘해외부문 대표이사’로 보직발령하며 해외건설사업을 전담케 하고 2010년 2월 정부의 민관경협사절단이 이라크를 방문할 때 김 부회장을 보내 사업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이라크 주택사업의 가능성에 대해 보고받은 김 회장은 사업계획과 전략 수립을 지시하고 이듬해 4월 방한한 말리키 총리로부터 바그다드 인근 신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정부 예상 지원책을 이끌어냈다.

당시 실무진에서는 이라크는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위험한 지역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반대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리스크 데이킹은 내가 할테니 김현중 부회장을 비롯한 실무진은 국가 재건사업 기회를 계속 찾아보라”고 독려했다.

2011년 5월 이라크에서 NIC와 MOA를 체결한 이후 김 회장은 프로젝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보고받는 한편 회의도 직접 주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00여명이 넘는 TF팀을 구성하고 전담인력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에 태평양건설 해외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건설 사업 현장을 직접 지휘한 경험이 있다”며 “이 경험을 앞세워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 수주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를 위한 집념은 2011년 말리키 총리 방한 때와 2012년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이 방한했을 때의 에피소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당시 김 회장은 전용헬기를 내주며 1만2000가구 규모의 ‘인천 에코메트로’를 상공에서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신도시 개발에 대한 한화건설의 노하우를 확인시켜 주기 위한 의도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전 본계약 체결과 기공식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승연 회장은 “앞뒤로 기관총으로 무장한 차량들이 호위를 했다”면서 “목숨을 걸고 갔다 왔다”고 귀국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번 신도시 건설공사 이외에 제2의 내수시장으로 이라크를 키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는 답변을 대신했다. 주택 10만호는 물론 하수처리장, 도로, 태양광시설을 갖춘 학교 건설 등의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도 내놓았다.

특히 말리키 총리가 신도시뿐만 아니라 원유는 생산하지만 휘발류는 수입을 한다며 관련 플랜트 시설 설치 등 많은 인프라 건설 요구한 데에 대해 김 회장은 “한화의 사훈이 신용과 의리 아닌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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