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의 세계
“한국의 전통술은 일본 술처럼 섬세하지 않습니다. 와인처럼 세련되지도 않고 보드카처럼 독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과실주가 아닌데도 느껴지는 은은한 향, 자연스런 빛깔, 같은 도수라도 유난히 부드러운 느낌, 큰 차이는 아니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알게 되는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과음 뒤에도 두통이 없는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술은 다른 어떤 술과도 다릅니다.”-산사원-
세계민족에게는 나름에 걸맞은 술이 있다. 프랑스의 포도주,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영국의 위스키. 그렇다면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전통주다.
누룩을 사용한 독특한 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술이다. 일본술처럼 섬세하지도 와인처럼 세련되지도 않은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전통주의 세계화, 전통주의 명품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빚음과 담금의 미학의 총 집합체인 전통주,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술을 빚어 마셨는지 정확한 사료는 없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자체 발표기술을 이용해 원시적인 술을 빚어 마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고조선시기 이전부터 동아시아 대륙에 번성했던 우리 민족은 발표문화를 장기로 했기 때문에 술의 역사도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빚음의 미학으로 일컬어지는 전통주의 원료는 바로 누룩이다. 누룩은 곰팡이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통밀을 부수어 물과 함께 반죽해서 덩어리지게 한 후, 6개월 발표시키면 곰팡이가 핀다.
누룩과 쌀, 보리 등 곡물원료를 한데 버무려 물과 함께 옹기 독에 넣어 발효시키면 짧게는 3일 길게는 100일정도 후에 찌꺼기가 가라앉고 술독표면에 맑고 노른 물이 떠오른다.
이것을 떠내면 알코올도수 16도정도의 약주(청주)가 되고 남은 찌꺼기에 물을 타서 채에 걸러내면 탁주(막걸리)가 되고 소줏고리에 증류해 내면 소주가 된다.
박록담 전통주연구소 소장은 “우리 전통주는 발효주인 일본의 사케, 와인, 맥주, 그리고 증류주인 위스키나 브랜디와 비교할 때 주식으로 술을 빚는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별점과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쌀, 보리, 수수, 기장, 찰보리, 매보리 등의 곡식으로 빚는 술은 알코올 음료보다는 하나의 음식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유명한 약주로는 백하주, 호산춘(壺山春), 소곡주(少穀酒) 등이 있고 막걸리로는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정도로 진한 이화주(梨花酒), 산성막걸리가 유명하다.
소주로는 평양소주, 이강주(梨薑酒), 안동소주 등이 이름이 났다. 이밖에도 노송의 썩은 허리에 술을 빚어 넣은 와송주, 대나무속에서 익힌 죽통주와 같은 술도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가장 히트한 전통술은 무엇이였을까. 대표적인 술 관련 옛 문헌인 조선시대의 규합총서, 규곤시의방, 임원경제십육지 등과 비록 중국 문헌이지만 우리 민족의 옛 터전인 산둥반도와 요서지방에 번성했던 북위의 산둥성 태수가 쓴 제민요술에는 백하주가 빠짐없이 거론된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는 “옛 문헌에 빠짐 없이 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는 백하주는 천년을 이어온 전통 청주의 대표적인 술”이라며 “배상면주가의 산사춘은 백하주를 근본으로 만든 히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산사춘은 지난 1998년 첫 선을 보인 이래 대표적인 여성 전통주로 자리매김한 배상면주가의 대표 제품으로 새콤달콤한 맛과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생쌀발효법과 장기저온 숙성법으로 빚어 숙취가 없으며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이 우러나는 최고급 전통약주이다.
2005년 6월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컴피티션 은메달을 수상했으며 2007년 9월에는 국세청 주최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명품주에 선정됐고 2008년 6월에는 OECD 장관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백하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술 맛있게 마시는 법은 따로 있다 = 현대인들은 대다수가 와인을 즐기는 법에 정통하다. 하지만 전통주를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는 전통주를 즐겁게 마시는 몇가지 팁을 조언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다. 전통주는 8℃ 부근으로 차게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차게, 다소 무것은 맛과 향을 좋아한다면 덜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배 대표는 “마시는 동안 온도가 변하지 않도록 백포도주처럼 얼음 그릇에 두고 마시면 더욱 좋다”며 “다만 겨울에는 취향에 따라 따근하게 데워 마시면 독특한 맛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도를 위해서는 도자기 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유리잔을 사용할때는 포도주잔과 같이 손잡이가 있어 체온이 술의 온도를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잔에 술을 따르기 위해 병을 열대에는 열자마자 술을 따르지 말고 마개를 연 후 잠시 기다려 병 속에 차있던 미량의 가스를 날아가게 한후 술을 따르며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주와 음식의 조화는 어떻게 맞추어야 할까. 전통주는 단맛과 신맛이 다른 술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할 때는 드라이한 맛의 약주를 추천한다.
배 대표는 “식사전의 반주로 적합한 약주는 감미가 많지 않고 조화로운 산미가 다소 있는 것이 좋다”며 “식사중이나 식사 끝에 담소하며 즐기는 약주는 개인의 취향에 따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