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우리는 2류 회사에 불과하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그룹 계열사인 ‘만도’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 괜찮은 회사라는 평을 듣고 있는 만도지만 아직 일류회사는 아니라는 쓴소리를 전한 것이다. 정 회장은 “경쟁사들에 비해 기술개발, 품질 등 대부분에서 나은 점이 없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경쟁사들과 싸워 우위에 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관행에 집착하고 기본과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소위 ‘만도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건강한 소통체제 구축과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인식해 만도 고유의 경쟁력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만도에서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부회장을 역임했던 정 회장에게 만도는 계열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 회장의 부친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 역시 만도에 강한 애착을 갖고 “만도 경영권을 되찾아 오라”는 유지를 남긴 바 있다.
정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제목은 ‘만도의 미래 생존을 위한 신 출사표’다. 출사표는 신하가 출진 전, 황제나 왕에게 올리던 글을 일컫는다. 정 회장이 보낸 출사표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뤄야 하는 만도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