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불준비금 줄고 기업들 거래 기피…탈세 만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탈퇴 가능성이 거론된 그리스 경제가 일각에서 붕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 민간은행들은 예금 중 고객 요구시 내줘야 하는 자금인 지불준비금이 줄어드는가 하면 결제 통화의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은 신용 거래는 물론 거래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들은 자국의 유로존 이탈 후 커질 불확실성을 우려해 당장 내야 할 세금 납부를 미루고 있고, 상점에서는 가격을 깍아주는 대신 영수증을 내주지 않는 탈세도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한 여행사가 상대측 그리스의 호텔에 “미래 상황이 확실해지고 안정할 때까지 선지급금의 입금을 보류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그리스인들은 세금부터 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많은 그리스인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음식점에서는 가격 할인을 조건으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절세’ 관행이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정부 역시 병원과 약국에 약품을 공급한 제약회사에 대금 지급을 유예하는 등 공공부문의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유로존 퇴출 가능성이 나오고 나서 금융권의 기업 대출은 거의 끊긴 상황이다.
은행권 예금 규모는 700억유로로 줄어든 반면 최근 20일간 예금 인출 규모는 25억유로에 이른다.
기업간 신용이나 어음 거래는 이미 중단됐고, 유로화로 할 것인지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할 것인지가 불확실한 탓에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카티메리니는 소개했다.
기업 자문사인 ICAP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4%는 판매를 늘리기보다 부실채권과 자산 보호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답했다.
특히 상당수 외국 기업들은 그리스 은행이 아닌 외국계 은행이 지불 보증을 해야만 그리스에 상품을 판매하려 한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카티메리니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이 그렇지 않아도 침체를 겪는 그리스 경제의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