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이야기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회장이 되자마자 일부 KPGA 회원들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 21부(부장판사 홍승철)는 지난 25일 “전윤철 회장을 선임한 임시 대의원 총회는 대의원총회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회원들이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 특히 재판부는 협회 회원들이 별도로 낸 임시대의원총회 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6일 선출된 전윤철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협회 집행부에서 회장 직무대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회장선거를 앞두고 벌였던 진흙탕 싸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협회가 또 다시 ‘아사리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바람잘날이 없는 협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협회는 전윤철 회장 추대에 앞서 이명하 전 회장과 김학서 수석부회장 등 집행부 사이에서 일대 혈전을 벌인 바 있다. 이명하 전 회장측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김학서 부회장측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대의원 총회를 열어 전 회장으로 결정했지만 대의원 총회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결국 어렵게 모신(?) 회장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됐다.
이때문에 김학서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현 집행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일은 협회 정관이나 행정절차를 무시한 집행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누구 책임인가.
김학서 수석부회장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전 회장 추대이전에 한 기업총수를 모시기로 사전 협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이를 무시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회장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이명하 전 회장과 김학서 수석부회장은 똑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돌아간다.
회장이 되면 유명인사를 추대하고 회장직을 내놓겠던 이명하 전 회장. 이 전회장은 회장선거에서 참석인원 523명중 267표를 얻어 17표차로 국내 코리안투어 최다승자 최상호를 제쳤다.
그는 선거공약에서 ‘당선되면 외부인사 회장 영입후 이취임식도 안하고 떠나겠다’,‘5억원짜리 코리안투어 18개를 만들겠다’,‘플레잉 투어 10개를 만들겠다’,‘시니어투어도 10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하 회장의 집행부가 공약(公約)한 것은 공약(空約)이 돼가고 있다.
올 시즌들어 유럽투어를 겸한 발렌타인 챔피언십과 대한골프협회와 원아시아투어가 주관한 매경오픈, 원아시아투어 SK텔레콤오픈 등 단 3개 대회가 열렸다.
3개 대회 별과 KPGA와 관계가 없다. 판을 다른 곳에서 깔아 놓은 것이다. 선수들 역시 출전제한에 걸려 혜택을 본 선수가 수십명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손만 빨고 있다. 대회는 줄어들고 선수들은 별로 할일이 없다.
이는 상금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 나머지 회원들은 전혀 혜택을 받지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968년에 창설된 한국프로골프협회. 창립한지 44년이 됐다. 그러나 협회 운영은 수준 미달이다.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협회. 무슨 이권이 그리도 큰지 몰라도 임원자리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집행부. 혹시 협회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놓은 100억원이 넘는 기금 탓인가.
5715명의 회원들은 가슴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