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학구파 기수’ 심승태, 조교사로 새로운 도전의 고삐를 쥐다

입력 2012-05-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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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본부장 엄영호)에 신규 조교사가 개업한다.

주인공은 바로 심승태 조교사(34). 지난 4일 37조 마방의 수장이 된 심씨는 12일 ‘포트 스타’와 ‘수달장군’을 경주로에 출전시키면서 ‘기수 심승태’가 아닌 ‘조교사 심승태’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심씨는 남다른 성실성과 승부근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10년 남짓한 기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0년 넘게 경주마들과 생활해왔지만 조교사라는 자리는 역시 녹록하지 않다. 제 아무리 각오를 다진 신규 조교사라도 초창기 마방살림은 많은 부담과 시행착오를 가져오는 법. 지난 2일 별세한 천창기 조교사의 뒤를 이어 37조 마방의 마필 12두를 관리하게 된 심씨는 “기수 시절 첫 기승을 할 때만큼 긴장이 된다.”면서 “7월정도 개업을 예상해 왔는데 급작스럽게 개업하게 되어 다소 경황이 없지만 그간 경주마 경매 현장, 목장 등을 돌면서 착실히 준비해온 만큼 조교사로서 역량을 펼쳐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승태 조교사는 2001년 7월 6일에 데뷔해 첫 기승을 했던 8월 19일, 인기 9위 마필인 ‘위대한 탄생’으로 첫 승을 올리면서 경마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2008년에는 평범한 말로 기대 받지 못했던 `에버니스톰`으로 코리안더비(GⅠ) 우승을 거머쥐면서 생애 첫 대상경주 타이틀을 따냈고 여세를 몰아 같은 해 YTN배(비카러브)까지 휩쓸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11년 동안 3108전 185승 2위 217회를 기록하면서 한국경마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중앙대 수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심씨가 경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히 신문에 난 기수후보생 광고를 본 아버지의 권유 때문. 이후 체육교육과로 전과해 학업을 이어나가면서도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경마교육원을 수석 졸업했다. 기수로는 이례적으로 ‘교사 자격증’을 가진 심승태 조교사는 마사고등학교 교생실습 당시, 현 서승운 기수에게 기수로서 마음가짐과 기본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때문에 기수 시절 심승태 조교사에게는 ‘학구파’, ‘선생님 기수’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기수로서의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공부하고 도전해온 노력은 자원봉사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기수 시절 빠듯한 훈련과 경주일정 속에서도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는 재활승마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재활승마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것.

심 조교사는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하면서 “말과 봉사자, 기승자 간의 팀워크와 교감을 통해 장애아동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면서 “조교사로 데뷔한 이후에도 시간이 허락되는 한 재활승마지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멈추지 않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잠재력을 발현시켜온 심승태 기수는 이제 조교사로서 새로운 질주를 시작한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는 일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는 그의 타고난 긍정적인 마인드와 성실함, 학구열, 여기에 재활승마지도자로서 팀워크를 조율해왔던 경험은 심씨가 마방 총감독으로서 조교사 역할에 빨리 적응하고, 명조교사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 기대된다.

심씨는 “그 동안 공부하고 준비한 부분들을 현장에 잘 접목시킬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나갈 것” 이라면서 “경마팬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조교사란

경마의 조교사는 다른 스포츠에 비유하면 감독에 해당한다. 보통 조교사 1명이 보통 20∼30두의 경주마를 마주로부터 위탁 받는데,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실제 경주에서는 함께 뛰는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자신의 경주마가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 조교사는 경주마와 이를 관리하는 말관리사, 또 경주마를 타는 기수까지 아우르는 경주로의 마에스트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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