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이석기 상대방 향해 ‘불편한 심기’ 드러내
비리경선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갔다. 신당권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데 맞서 구당권파도 별도의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한지붕 두가족’이 됐다.
17일엔 신당권파 입장을 대변하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과 구당권파 핵심으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가 각각 다른 라디오에 나와 상대방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 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별도 비대위 구성은) 당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듯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국민의 실망을 증폭시키는 일을 중단하기 바란다”며 진상조사위가 비리경선으로 규정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자진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당원의 자발적 모임을 넘어서서 또 다른 비대위라는 명칭의 이름으로 혁신 비대위를 부정하는 듯 한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석기 “12시간 20분 정도 (반론)받는 게 진보정당”
반면, 이석기 당선자는 CBS 라디오에서 “12시간 20분 정도 (반론을) 받는 것이 진보정당의 원리”라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며 사퇴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5·12중앙위 폭력사태의 원인과 관련한 질문에서다. 당시 의장인 심상정 전 공동대표는 9시간 동안 구당권파의 반론을 들어주다가 안건을 처리했었다.
진행자가 ‘밤을 새더라도 계속 (반대 입장을)들어주는 게 진보정당이다?’라고 어이없는 듯 묻자, 그는 “민주주의가 진보정당만 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라며 구당권파의 무한 필리버스터를 감싸고 돌았다.
그는 앞서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 “종북(從北)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더 큰 문제”(11일) 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당선자는 또 신당권파인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조직적 폭력’을 주장한 데 대해서 “좀 신중하게 말씀하셔야 된다. 당원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며 “근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개입적 폭력, 이거 엄청난 폭력적인 표현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구당권파의 별도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선 “지금 (신당권파의)비대위가 반쪽짜리 비대위라는 게 상당부분 의견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원 중심의 비대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그간 선거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한 민주통합당은 이날 “과연 야권 단일화로 연합·연대를 지속해야 되는가 하는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다”(박지원 비대위원장)고 밝혀 사실상의 결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