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회공시 부실'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구성헌 증권부 기자

▲구성헌 기자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에 대해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공시제도다. 하지만 최근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증권가에서 조회공시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사들은 마지못해 장마감 후 최소한의 것만 공시하고 거래소도 해당 질문외의 것에는 답할 필요없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조회공시만 보더라도 90%이상의 답변이 “사유없음”, “확인해 보겠음”, “검토한 바 없음”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문제제기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소에서는 규정대로 처리하고 있다는 답변이 내놓고 있다.

때문에 해당 회사도 알고 일반 투자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공시에서만 모르는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꼼수로 공시제도를 농락하고 있다. 지난 해 말 현대차가 녹십자생명 인수에 관심없다고 공시 해놓고 불과 한달 후 자신은 빠진 채 계열사들을 앞세워 인수 공시를 했다. 이에 시장의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그러자 그후 동양생명 인수설이 제기되자 거래소는 현대차 모든 계열사에 대한 조회공시를 무더기로 요구하며 공시제도의 허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결국 녹십자 사태 이후에도 제도개선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거래소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상장사들과의 관계와 주가하락 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회공시의 문제에 혼자서 방패막이를 하는 것 역시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기에는 금융감독 당국들의 안일한 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평상시 어지간한 일이면 ‘감놔라 배놔라’하며 나서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유독 조회공시 문제에 대해서만 입을 다물고 있다.

공시제도를 농락하는 상장사들에게 더 염격한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테마주 같은 경우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공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시위반 혐의는 공시부에서, 불공정거래법인은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제재를 하는 등 이원화된 현재의 감시체계 역시 손봐야 한다.

조회공시제도를 농락하는 일부 파렴치한 상장사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뒷짐만 진 행태는 더 이상 시장과 국민들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