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보수단체마저 “검역 중단하라”…광우병 괴담까지 불안 재울 묘수 부심
지난달 25일 발생한 미국 광우병과 관련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권과 보수단체마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광우병 괴담마저 급속하게 퍼지면서 검역을 계속할 명분도 약해져 최종 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당시 정부가 광우병 발생시 즉각적인 수입 중단을 약속한 것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시 광고는 광우병이 발생해도 무조건 중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정부 신뢰성에 악영향만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농식품부는 기존 3%만 하던 미국산 쇠고기 조사 물량을 50%까지 확대하고 차일피일 미루던 현지 조사단을 파견, 1일부터 현지 조사를 시작했다.
◇믿었던 여·보수도 ‘수입검역 중단’ =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중단 등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학계는 물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까지 연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중단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찬성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마저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는 국민의 위생과 안전보다 무역마찰을 피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역학조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하고 최종 분석 결과 조금이라도 안전성이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수입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일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 뒤 신속히 조사해 문제가 없다면 수입을 재개하는 게 좋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치권의 공세에 농식품부 서규용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강하게 강조했지만 청와대 는 미국산 쇠고기 검사 비율을 10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 인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못믿어…광우병 괴담도 = 정부의 구멍뚫린 대책에 트위터 등에서는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다거나 지금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이 정형 광우병 보다 인간 감염률이 더 높다는 소문 등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위험 물질인 뇌, 척수, 뼈에 붙은 고기 등에 대해서만 수입을 중단했고 살고기는 현재 우리와 같은 조건으로 계속 수입하고 있다. 태국 역시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또 우유로 광우병이 전염된다거나 비정형 광우병이 정형 광우병보다 사람 전염력이 더 높다는 등에 소문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농식품부는 결국 광우병 민관조사단을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으로 급히 출국시켰지만 정작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 방문은 농장주의 반대에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우병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일시적 수입중단 없이 조사단을 먼저 파견한 것은 일의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며 "오는 2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열 예정"이라고 밝혀 지난 2008년 미국 쇠고기와 관련한 촛불정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