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와 전면전을 선포한 국세청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악용해 부의 대물림 차단을 위해 주식변동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조세피난처에 위장 펀드를 설립한 후 자신들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해당 기업은 해외위장펀드가 보유한 전환사채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해외투자가 활발한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양도차익을 올리게 된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은 제3자 배정 방식을 빌렸을 뿐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가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이 지난해 7월 스크린업체 이엘케이 신동혁 대표에게 과세한 증여세(약 82억원)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국세청은 신 대표에 대한 주식변동조사에서 이엘케이가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를 상대로 두 번에 걸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신 대표는 그들로부터 워런트를 헐값에 인수해 147억여원의 이익을 본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현재 조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표 이외에도 국세청은 올해 초 코스닥상장법인 김 모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악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소득세 등 603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조사결과 김 모씨는 발생소득을 해외에 은닉하고 외국인 투자를 가장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 및 홍콩에 위장 해외펀드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모씨와 관련인들은 해외위장펀드가 보유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해외투자가 활발한 것처럼 위장, 엄청난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법인의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자신의 지분율을 초과해 워런트를 인수한 경우 초과 지분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며 “CB나 BW 등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금을 추징받은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과세불복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의지는 확고하다”며 “국세청은 현재에도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