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 CEO들은
행장직을 수행하는 요새보다 예전에 수영으로 체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고 한다. 눈코 뜰 새 없는 빡빡한 은행장 일정 앞에서 수강 시간을 따로 갖는 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되기 전까지는 수영을 즐겨하셨는데 이제는 출근 전 걷기, 등산 등을 즐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신입행원들이 체력관리 비법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수영’이라고 답할 만큼 애착이 크다.
수영은 ‘자기 힘으로 물속을 헤엄치는’ 스포츠로서 인내심과 자기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한 운동이다. 호흡 한 번의 실수에 리듬이 깨지고, 이는 곧 균형이 무너져 물 속에 가라 앉거나 다시 처음부터 물차기를 해야 한다.
이 행장이 수영을 애착을 갖는 점도 체력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끝까지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신력과 인내심을 함양하기 위해서라고도 해석된다.
이 같은 이 행장의 자세는 지난달에 열렸던 ‘고졸 신입행원 채용 설명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이 행장은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행사장을 찾아온 5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한 마디라도 더 전해주기 위해 박람회에 끝까지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를 넘나드는 일정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기초 체력도 한 몫하고 있다. 해외나 지방에 위치한 영업점을 방문하면서 근처 중소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내고 있다
◇'등산 애호가'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등산 애호가다. 매 주말 틈이 날 때마다 서울 인근의 산에 오르곤 한다. 지난해에는 특별한 산행을 가졌다. 최 사장은 지난해 7월 임직원 100명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국민카드가 지난해 3월 새로 출범한 만큼 조직을 다잡고 내부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등산에 참여했던 국민카드 관계자는 “10시간 동안의 산행에서 최 사장은 주요 경영 현안 뿐 아니라 자녀는 몇이냐, 학교는 어디 다니냐 등 개인 신상에 대해서까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취임 초기, 최기의 국민카드 사장은 조직출범 초기 등 ‘시작단계’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과 데면데면할 때 스포츠를 통한 화합을 두 CEO모두 활용했다.
최 사장이 국민카드 임직원의 첫 산행에 지리산을 선택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홈구장이랄까, 그는 지리산을 66회 등반할 정도로 지리산 매니아다. 최기의 사장은 “설악산이 화려하다면 지리산은 웅장하면서도 남성적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지리산 등산 외에도 간간히 지점장 등 임직원과 청계산 번개 산행을 주선하기도 한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인왕산 둘레기 걷기 등 직원과 함께 걷는 행사를 수시로 개최한다”며 “산행이라는 개인적 취미에서 임직원과의 소통을 결부해 빠른 의사결과의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