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어떻게 쓰이나
“보험료와 보험금의 차이는?”
언뜻 매우 쉬운 질문 같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정확한 답을 모르고 있다. 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사에 내는 돈, 보험금은 보험사에 고객에게 주는 돈이다.
모든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고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일반인의 보험에 대한 이해도는 이렇게 매우 낮다.
한달에 30만원씩 20년 동안 내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다면 이 고객이 내야 할 돈은 무려 7200만원. 고급 세단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차를 살 때는 옵션 하나 하나까지 세밀하게 챙기지만 자신이 낸 보험료는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순보험료는 고객이 사망, 질병, 사고 등을 겪게 되거나 보험만기가 됐을 때 지급되는 보험금의 재원이다. 어찌됐건 고객에게 돌아가는 돈이다.
순보험료는 다시 위험보험료와 저축보험료로 나뉜다. 위험보험료는 ‘사망시 2억원’, ‘암 진단시 3000만원’ 등 사망, 질병·사고 등에 지급되는 보험금이다. 보험사는 고객들이 낸 위험보험료를 모아 사고를 당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공평한 게임이다.
저축보험료는 만기환급금을 위해 적립되는 재원이다. 자동차 보험처럼 만기 환급금이 전혀 없는 보험은 당연히 저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사망 보험금을 백만원 단위로 최소화해 위험보험료를 최대한 줄인다.
영업보험료에서 순보험료를 제외한 부분이 부가보험료다. 흔히 사업비라고 말한다.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다. 즉 보험료에서 보험사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을 상부상조의 ‘계’ 모임으로 이해한다면 사업비는 계주에게 지불하는 각종 업무비용이라 할 수 있다.
설계사의 활동경비·급여, 점포운영비, 전단비, 광고선전비 등의 신계약비, 보험계약 유지·관리·운용·사무 처리를 위한 유지비, 보험료 수금비 등이 사업비에 포함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사업비가 많은 보험상품은 피하는 게 좋다. 순보험료 대비 영업보험료를 지표화한 보험료지수라는 게 있다. 보험료지수가 100이라면 사업비를 한푼도 떼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험료 지수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장성 상품은 저축성 상품보다 위험보험료가 많고 저축보험료가 적다. 특별약관의 경우 대부분 저축보험료가 없어 만기가 지나면 소멸되는 게 보통이다. 투자수익률에 따라 환급금이 달라지는 변액연금도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일반 연금보험보다 사업비가 많은 편이다. 주식 펀드에서 액티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수수료가 더 높은 원리다. 중도 인출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보험사의 업무가 더 많아지므로 사업비가 당연히 더 높아진다.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은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를 절감해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보험료는 왜 오르나= 평균 수명의 연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설계사의 이직. 이 세 가지는 모두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한 소식이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 총액과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과 지출 비용의 총액이 동일하도록 보험료를 책정한다. 개개인별로는 수령액이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입과 지출이 같도록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20~30년 뒤에 지출될 금액을 미리 정확히 계산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내기도 손실을 보기도 한다.
보험료 책정 요소에는 예정위험률, 예정이율, 예정사업비율 세 가지가 있다. 즉 보험금의 지급 확률, 예상 이자수익, 사업비 예상 지출액을 고려해 보험료를 매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정위험률은 사망, 질병 등 보험계약에서 약속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얼마만큼의 확률로 벌어질 것이냐를 예측하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연금상품의 보험료가 오른다. 고객들이 연금개시 이후 생존해있는 기간을 확률적으로 추정하게 되는데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것만큼 지급되는 연금액도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비율인 손해율이 예정위험률보다 높아지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동차 보험이다. 또 과거 보험사들이 많이 팔았던 암 보험도 암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으로 손해율이 급등해 판매 중단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로 얼마만큼의 운용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예상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받으면 보험사는 그 돈을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해 자금을 불리게 된다. 예를 들어 10년 뒤에 10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면 고객이 내는 보험료는 당연히 100만원보다 적어야 한다. 10년 동안 고객이 낸 보험료에 쌓이는 이자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의 운용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예정사업비율은 보험사가 예상한 사업비 지출액이다. 그동안 보험사가 예정사업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다거나,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초과 사업비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이슈화됐다.
설계사 이탈이 발생하면 보험사는 새로운 설계사를 모집해 교육시켜야 하는 비용을 들이게 된다. 이 때문에 사업비가 늘어나게 되고 보험료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