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이드]'오너의 남자'들, 인생 2막도 화려할까

입력 2012-04-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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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 은퇴 이후 모습은…

직장인들은 이들은 이렇게 부른다. 왕(오너)의 남자라고. 오너의 최측근에서 기업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그들은 단연 직장인들의 1순위 꿈이다. 직장인이 쉽게 생각하기 힘든 연봉과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CEO들에게는 기업내에서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다. 그리고 오너 그늘에 가려진 그들의 말 못할 고충도 많다. 그들의 인생 1막은 화려하지만 쉼 없이 달린 그림자일 수도 있다. 왕의 남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시작하는 그들의 인생 2막1장은 어떤 모습일까.

◇CEO에서 오너로 변신=최근 눈길을 끄는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떴다. 국내 신발 유통업계이 다크호스인 슈마커와 석유 첨가물 업체인 불스원이다.

회사의 실적도 그렇지만 최대주주의 이름이 낯이 익다. 주인공은 신현우 전 OCI 부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0년 5월 불스원의 지분 42.9%를 이수영 OCI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슈마커 지분은 지난 2008년 취득한 것이다. 당시 취득한 지분은 74.5%다. 불스원과 슈마커는 지난 2009년까지 OCI 그룹 계열사로 운영되다가 최대주주인 신현우 전 부회장이 이듬해 그룹 CEO직을 그만두면서 계열분리가 됐다.

불스원의 지난해 매출은 580억원으로 전년 397억원 대비 46%가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6억7000만원으로 33%가 늘었다. 슈마커의 성장 가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678억원과 7억4000만원이다. 오너로 변신한 신 전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계열분리 후에도 여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 전 부회장과 비슷한 길을 선택한 대기업 CEO가 있다. 현재 퇴직을 앞두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 홍진데이타서비스의 최병인 대표다. 최 대표는 현재 그룹 계열사 이노허브와 이지스효성의 최대주주다.

최 대표는 미국 MIT 공학박사에서 맥킨지 경영컨설턴트로 출발해 효성그룹의 최연소 CEO(최고경영자)로 인생 1막을 장식한 인물이다. 이지스효성은 최 대표와 효성이 2001년 50%씩 지분 투자해 만든 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다. 2007년에는 우리나라 전자금융업 1호로 등록했을 만큼 인터넷금융 분야에서 한 걸음 앞서나가고 있다. 현재 지분은 최 대표가 99.1%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사명도 최근 이지스엔터프라이즈로 바꿔 그룹과의 이별 작업도 마무리가 된 상태다. 효성 그룹 한 관계자는 “최 대표가 현재 퇴임을 준비 중으로 퇴임과 함께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의 남자에서 오너로 변신한 인물 중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도 꼽히는 CEO출신이다. 이 고문은 현재 L&B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로 강남에 2000억원대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재벌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적 책임의 길=쉼 없이 달려온 CEO의 길 대신에 봉사를 선택한 인물들도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에서 물러난 김승유 전 회장과 대우맨의 상징으로 통하는 권동열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단 위원장이다.

지난 3월 21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장.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정한 공로금의 규모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공로금을 받는다고 해도 장학재단이나 학교에 전부 기부하겠습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지난 수십년 간의 금융인생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했다. 김 전 회장의 공로금은 45억원이다.

김 전 회장은 퇴임 후 하나고등학교 이사장과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계속 맡아 교육과 금융소외계층 지원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후배들에게 “20대 청년시절에 선배님들이 공정성과 투명성, 합리적 사고와 높은 도덕성이라는 금융인으로서의 자세와 스스로가 회사와 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 줬다”며 기업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

권동열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단 위원장도 묵묵히 봉사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대표적인 CEO 출신이다. 권동열 위원장은 1970∼1990년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던 대우를 대표하던 최고경영인 중 한명이다. 권 위원장은 지난 1995년 은퇴를 앞두고 깊은 고민을 했다.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 이후 길을 찾지 못하던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이다. 퇴직 CEO의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기 위해 2004년 출범한 자문 집단이다. 자문위원들은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자문단을 적극적인 이끌면서 높은 평을 받고 있다.

◇유학(儒學)에 빠진 삼성맨=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는 현재 삼성그룹 전직 CEO들이 수학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배정충 전 삼성생명 부회장과 이용순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 고홍식 전 삼성토탈 사장,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현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학생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과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 이중구 삼성테크원 사장이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도 현재 수학 중인 것으로 감안하면 현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학생부에 올라 있는 전직 삼성그룹 CEO는 9명에 이른다.

유학대학원은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역경 등 고전을 강독하면서 유교 철학을 배우는 곳이다. 도가철학과 불교철학, 서양철학 등 다른 철학들과 유학을 비교 · 분석하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철학 사상도 배운다. 샐러리맨으로서 정상에 올랐던 그들이 되돌아 보고 싶었던 것은 수신(修身)이었다.

◇미술 인생으로 재출발=서울특별시 견지동 82번지. 눈길을 끄는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목인박물관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낮설지 않은 주인장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태평양그룹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의광 관장이다. 김 관장은 지난 2006년 전 태평양그룹 계열의 장원산업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박물관을 개관했다. 목인박물관은 서울시 등록 제19호 전문박물관으로 국내외 전통 목조각상을 소장한 국내 유일한 곳이다. 현재 8000여점의 다양한 목인들이 수집돼 있다.

SK그룹 비서실장을 거쳐 SK텔레콤 상무이사와 비자캐쉬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손재택 소마미술관장(55)도 미술사업에서 인생2막의 1장을 시작한 인물이다. 손 관장은 지난 2005년 한국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로 재직을 시작한 후 이듬해 서울올림픽미술관을 소마미술관으로 바꾸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웅진코웨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고, 웅진해피울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박용선 씨도 마중물이라는 미술관을 운영하며 제2 인생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 전공을 살린 케이스도 있다. 이성구 전 농심기획 대표이사다. 이 전 대표는 홍익대학교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난 2006년에는 개인전과 함께 30여년간의 작품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사물놀이나 소싸움, 농어촌의 모습 등을 주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인의 열정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대상들을 강렬한 색상과 대담한 붓터치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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