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유니클로·자라·H&M…부담없는 가격·발빠른 신제품 돌풍
한국 소비자들이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에 매혹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최신 유행 디자인을 수시로 내 놓으면서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 해외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들어서는 제일모직, 이랜드 등 국내 패션 대기업들도 앞다퉈 SPA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에 비해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국내 SPA 브랜드 역시 저렴한 가격과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항상 사계절에 맞춰 상품을 교체하던 국내 패션 흐름과 달리 유니클로, 자라 등 SPA 브랜드들은 빠르면 2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하니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SPA가 인기를 끈 이유는 최신 패션 트렌드에 맞춘 빠른 신제품 출시 외에도 제품의 값이 합당한지를 따져보는 가치소비 의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는 가격 대비 질 좋은 제품을 고르겠다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도 SPA 브랜드의 확산에 이유가 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은 2008년 5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9000억원 규모로 매년 평균 56%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유니클로가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라(2700억원), H&M(750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 및 정부가 SPA 브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뒤늦게 SPA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이랜드가 2009년 론칭한 스파오(SPAO)와 지난해 문을 연 미쏘(MIXXO)를 제외하면 글로벌 브랜드와 견줄 마땅한 브랜드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업의 SPA화는 시도되고 있다.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은 패스트 패션에 아웃도어 스타일을 결합한 캐주얼 의류를 선보였고 LG패션은 TNGT에 패스트 패션 상품군을 추가했다. 제일모직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론칭했다.
국내 SPA 브랜드 역시 차별화로 글로벌 브랜드에 맞서고 있다. 이랜드 측은 기존 글로벌 SPA 브랜드가 기대만큼 싸지 않은 가격과 서구인의 체형에 맞춰진 사이즈, 국내 문화에 맞지 않은 상품 구성 등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판단,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한국형 유니클로를 표방하는 스파오나 자라, H&M을 표방하는 미쏘 모두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자라나 유니클로처럼 소재와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가격은 80%선에 내놓았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현재 미쏘는 매장 15개, 스파오는 매장 31개가 운영되고 있다. 매출액도 점점 늘어 미쏘는 론칭 1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200억원을 기록, 올해 말 매출 7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액 310억원을 올렸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해 온 반면 해외 브랜드 도입에만 열을 올리던 한국 업체들은 가격 거품 논란에까지 휩싸이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옷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인식에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런 SPA 브랜드가 의류업계에서 확장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거대자본이 중저가 브랜드 의류까지 장악할 경우 자칫 동대문과 명동에서 중저가 옷을 판매하던 상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해 안달이 난것 같다”며 “SPA브랜드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해 상품에 반영시키는 새로운 유통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