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절망과 희망]백화점식 정부정책…예비 창업가들 "뭐가 뭔지"

입력 2012-04-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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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창업환경 왜?

“한국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창업 실패 후 자금회수(Exit) 및 회생이 불가능해 창업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서 창업자가 망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 찍히며 불어나는 빚더미에 파묻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창업하기 힘든 나라다.

창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정부, 창업 주체로 열정을 품고 뛰어들어야 할 창업가, 초보창업가에게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전문가. 이 3박자가 제대로 맞물려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창업환경, 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일까.

◇ 정부의 ‘그 나물에 그 밥’식 지원책 = 중소기업청은 최근 창업 멘토(조언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온라인 청년 창업가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대학생 창업 활성화를 위한 청년멘토를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도 같은 날 멘토 등을 통해 사업기획능력과 창업의지를 갖춘 대학(원)생 육성을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이처럼 유사한 창업지원책들이 부처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처는 다르지만 지원 내용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부처 간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 프로세스 간 연계와 협력 체계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비슷한 창업사업이지만 관련 부처가 달라 해당 부서 및 담당자도 제각각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부처 실무자들 조차 명확한 프로세스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자들은 너무 동일한 지원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지 혼란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나름 내놓는 다양한 지원정책에 대한 만족도(5점 척도 기준 2.82)는 턱없이 낮다.

창업지원금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창원지원자금은 시행 3개월 만에 모두 소진됐다. 창업자금 지원사업 시행 3개월 만에 신청금액이 연간 예산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금 홍보가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도 이 정도”라며 “전체 창업인구 대비 지원금을 받아갈 수 있는 사람은 5%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청년창업센터 입주업체들이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했다.
◇ 창업보육센터(BI)에는 전문가가 없다 = “창업 전문가들이 전문성이 없다.”

창업자들의 보금자리인 국내 창업보육센터(BI)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전문가들의 수준은 양적, 질적으로 모두 기본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BI 센터장과 매니저들이 전문성이 없다보니 관리 자체가 철저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BI입주기업들의 자생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 없는 매니저는 입주기업을 키워주지도 못한다”며 “이들 기업은 결국 싼 임대료 때문에 자생력이 없음에도 좀비처럼 나가지도 않고 눌러 앉아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 운영 BI는 센터장이 대학교수를 겸하고 있어 업무에 전념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설립 취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이는 실무에 대한 열정과 경영 마인드 부족현상을 발생시킨다.

게다가 ‘매니저 1인-기업 1사’ 매칭이 아닌 1인의 매니저가 여러 기업(10개 기업 이상)을 상대하는 경우가 다수여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등 악순환을 초래한다.

전문매니저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체험형 교육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중기청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최근 ‘창업지원정책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BI가 소수인력으로 예비창업자 및 창업초기기업 보유 업무 외 대학생 창업지원 기능까지 담당함에 따라 업무 과부하 및 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및 경쟁력 강화에 대한 관심 부족 △벤처캐피털 등 민간시장 경험과 전문성 활용 노력 부재 △BI 경쟁성 및 예산 집행 투명성 부족 등이 BI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창업진흥 정책수단인 ‘BI’에 대해서는 근본적 혁신이나 체질개선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BI 지원정책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지난 10여 년 간 누적된 창업보육현장의 건의 및 입주기업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정리한 ‘창업보육센터(BI)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

경직적으로 운영(창업 2년~7년)되던 인큐베이팅 범위를 예비창업 및 성장단계까지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창업보육센터 운영을 민간시장에 적극 개방해 전문성과 활력을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농식품부의 농업전문BI 관리를 중기청으로 이관하고 BI 예산집행 전 과정을 온라인화하는 등 효율적이고 투명한 관리인프라도 대폭 확충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전국에 분포돼 있는 창업보육센터가 ‘유망 창업기업 발굴 → 입체적 창업보육 → 조기 성장 및 졸업’의 선순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창업보육센터(BI)를 통해 매년 1000개 이상의 유망 창업기업을신규 입주·보육, 약 4000개 이상의 기술집약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청년창업센터의 청년창업가들이 재능기부 활동을 하며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송계리에서 진행된 캐리커쳐 제작 행사.
◇ 기업가 정신 부재한 기업가 =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장이 말하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다. 이는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역동적인 것”이라 정의한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기업가정신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한국 20대들의 기업가정신 부재가 심각해 청년실업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단순히 도전정신, 창업을 위한 마인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가 정신 저해 원인을 △경영·기술 역량 고루 갖춘 창업인력 부족 △대기업 중심체제로 인한 사업기회 감소 △벤처투자 회수기회 부족 △위험 기피추세 강화 △노사갈등, 반기업 정서 등 외적인 저해요인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사업관행 △대학, 벤처캐피탈 등 지원 하부구조 미흡 등을 꼽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기업가 정신이 가장 잘 발현된 국가로 한국을 꼽은 바 있다. 한국은 수십 년 간 일본 식민지, 한국전쟁을 겪었음에도 20여개의 산업부분에서 일류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

단지 당시의 기업가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실패하면 망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권장하며 그것을 소중한 밑거름으로 삼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것. 이러한 차이가 한국에서의 창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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