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역습]"나 아직 2G폰 쓴다" 프리스마트족의 절규

입력 2012-04-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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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열풍’은 이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보편화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 인기에도 2G폰을 고집하는 소위 ‘프리스마트폰’족도 올 1월말 기준 1525만여명이나 된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이 664만4600명, LG유플러스 857만7300명, KT가 4만4220명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11년 하반기 스마트폰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76.4%는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써 생활이 전반적으로 편리해졌다고 응답했고 69.5%는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써 정보공유 활동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이용자 87.1%는 하루 1번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 결과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활발한 정보공유와 인터넷 사용을 하는데 반해 2G폰 사용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스마트폰 소유 여부는 단순한 정보력 습득 차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리스마트폰족들은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그룹채팅이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한 교류에서도 번번이 소외된다.

게다가 KT는 지난 1월 이미 2G 서비스를 종료했고 SKT와 LGT는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6년 뒤인 2018년 2G 서비스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말기 제조 업체도 신규 단말기를 가뭄에 콩 나듯 내놓고 있다. 이미 2G 서비스를 종료한 KT는 물론이고 SKT의 경우도 올해 2개의 2G 단말기만 출시할 계획이다. LGT는 단말기 출시 계획마저 없다.

이런 ‘핍박(?)’에도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2G 사용자들. ‘스마트폰 바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3G 또는 LTE 스마트폰을 거부하고 프리스마트폰족으로 남아 있는 2G폰 사용자들의 고집스런 외침에 귀 기울려봤다.

서울에 사는 오상민(가명·43) 씨는 얼마 전 메신저로 날아온 친구의 급박한 메시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친구가 교통사고를 내 급히 합의금을 줘야 한다며 계좌이체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집에 두고 온 탓에 바로 계좌이체를 하지 못했다. 김 씨가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은행으로 향하던 찰라 ‘급전’을 요구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방금까지 급전을 요구했던 친구의 말에 오 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메신저가 해킹됐다. 너에게도 돈 빌려 달라는 쪽지가 갔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김 씨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그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이런 일이 있자 오 씨는 스마트폰에 대해 더욱 불신을 가지게 됐다. 또 해킹과 분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오 씨는 “혹여 스마트폰이 해킹되거나 분실되면 폰에 담긴 개인정보가 걱정”이라고 했다. 또 “스마트폰은 복잡한 기능이 많지만 저는 전화나 문자만 사용하기에 아직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다”덧붙였다.

자기결정에 의해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오 씨와는 반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지만 정부정책 탓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는 정부의 번호 통합정책에 대해 “그들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정부는 번호이동에 대한 원칙도 없습니다. 내부 관계자까지 우리가 소송에서 이기길 바랄 정도니까요”

서 대표는 현재 3G 스마트폰과 SKT의 2G폰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요금만 월 15만원 이상 나온다. 스마트폰만 사용하고 싶어도 2G폰 번호를 버릴 수 없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KT 사용자들은 이마저도 불가한 상태다. 서 대표는 “이미 2G 서비스를 종료한 KT 회원들은 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착신전환 서비스로 번호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반대 운동본부 카페 회원들 중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지만 본인의 번호를 버릴 수 없어 아직 2G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네비게이션 GPS나 정당의 모바일 투표도 할 수 없고 카카오톡 등의 무료 메신저도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스마트폰 대신 01X번호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똑같은 번호로 사회생활을 해 왔고 아직도 이 번호로 전화가 온다. 회원 중에는 24년간 같은 번호를 사용해 온 사람도 있어 쉽사리 번호를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지금 번호 그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3G 서비스로 넘어가겠다”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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