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기업]결 다르지만 "개혁" 한목소리…누가 이겨도 가시밭길

입력 2012-04-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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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11총선 영향권

▲4·11 총선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얼마만큼의 의석을 확보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캐스팅보트 역할 및 교섭단체 구성 여부에 따라 재벌개혁론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11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재계는 총선 결과가 몰고 올 정치권의 역학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기업 정서와 기업 때리기 등 그 어느 때보다 재벌개혁이 화두로 부상한 이번 총선인 만큼 결과는 곧 재계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의 참패가 예상됐던 초기와 달리 선거일이 다가올 수록 여야 혼전양상으로 바뀌고 있는 데 대해 재계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당초 야권의 절대적인 압승이 점쳐졌다. 지난 4년간 MB 정권의 숱한 실정과 의혹으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었다. 특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성사됨으로서 여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재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재벌개혁을 외치고 특히 야권이 내놓은 재벌개혁 관련 공약은 재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세를 몰아 야권이 총선에서 다수석을 차지할 경우 재벌개혁 관련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재계를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재계는 사실상 무장해제를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일부에서는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정치권이 휘두르는 칼날에 하염없이 난도질을 당해야 하는 도마 위의 생선 처지와 같다는 푸념까지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총선의 판세가 혼전양상으로 뒤바뀌자 재계는 한 숨을 돌리면서도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역학구도가 미칠 파장분석에 대외업무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올해와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19대 국회 임기 동안 재계는 어차피 가시밭길을 걷을 수 밖에 없다”고 총체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 정당은 대선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론을 의식한 보다 강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로 승부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한 가지는 총선 입후보자 가운데 기업인과 경제관료 등 경제인 출신들이 적고 더구나 시장옹호론자는 손가락으로 꼽힌다며 국회 내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 입후보자 가운데 기업인 출신 후보는 여야 통틀어 20여명에 불과하다. 대기업 출신 후보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경제교수와 경제연구원 출신을 포함해도 지난 18대 선거에 비하면 절반을 간신히 넘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어느 특정 정당의 압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경합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설사 여권이 신승을 한다 하더라도 섣불리 재계에 유리한 결과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재벌개혁이라는 화두는 피할 수 없는, 어차피 맞아야 하는 매가 되어버렸다는 의미다.

따라서 어느 정당도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을 경우가 최선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망한다.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여야가 어느 방향으로도 재벌개혁을 끌고 갈 수 없는 혼전 국회를 일컫는 것이다.

그래도 복병은 존재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캐스팅보트를 쥐는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재계로서는 부담이다. 자연 일정 부분 무시할 수도 있는 소수 정당에까지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는 한층 복잡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총선 공약으로 재벌해체론 카드를 들고 나온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가 재계로서는 최악이다. 통합진보당의 반재벌 정책도 정책이지만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강성 노동운동을 했던 후보자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계의 논리 자체가 먹혀들지 않아 우호적인 법안 처리의 난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아 긴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과반의석 확보 실패=19대 총선의 의석수는 지역구 246석과 비례대표 54석 등 총 300석이다. 재계가 기대하는 최선의 결과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두당 모두 151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야가 누구 할 것 없이 기업 때리기에 발벗고 나선 마당에 서로 상대 당의 재벌개혁 정책을 반대함으로써 논의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9일 현재 선거 관련 컨설턴트들의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선거 초반과 달리 종반으로 다가갈 수록 새누리당의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간발의 차로 야권을 제치고 제1 당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올초 여야가 한 목소리로 재벌개혁을 외쳤던 것과 달리 막상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약은 야권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개혁보다는 현안에 대한 보완책 정도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재계를 긴장시켰던 출자총액제한제,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 규정 강화, 금산분리, 계열분리명령 등에 대해 새누리당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재벌총수 및 임원, 지배주주 횡포 방지를 위해 각종 법률 위반행위에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행사의 최대한 억제를 약속했을 뿐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정기적 내부거래 실태조사와 친족회사와의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등을 통해 위법성이 현저할 경우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재벌개혁 3대 전략 10대 정책과제’라는 공약 발표를 통해 예고했던 것처럼 강도 높은 개혁안을 내놓았다.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출총제 재도입(순자산 대비 출자한도 30%, 3년 유예기간 부여)하고 순환출자 금지(기존 순환출자 3년 유예 부여), 지주회사 행위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 재계로서는 탐탁치 않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10대 그룹 임원은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고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의 재벌개혁 목소리는 당분간 유지될 수 밖에 없다”며 “내용과 강약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권의 재벌개혁은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다소 시끄러운 국회가 되더라도 여야의 난타전 속에 재벌개혁이 법안으로까지는 가지 못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야 모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인다.

◇통합진보당의 캐스팅보트 역할 부상=문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제3 정당의 캐스팅보트다. 특히 제3의 정당이 통합진보당이 되는 것에 대해 재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때 국회는 통합진보당에 의해 번번이 발목이 잡힐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막판 선전이 이어진다 해도 130석 안팎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역시 과반의석 확보로 제1 당을 예상했지만 녹록치 만은 않다. 오히려 130석을 넘길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야권연대로 많은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내지 못한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자력 과반의석 확보는 물론 원내 제1 당 지위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당선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을 경우 민주통합당은 국회 주도권을 쥐기 위해 통합진보당과 또 연대를 해야 한다”면서 “이때 민주통합당의 목소리보다 통합진보당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고 말한다. 2개의 거대 정당이 존재하는 국회가 통합진보당이라는 군소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재계는 통합진보당의 캐스팅보트 부상과 함께 원내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좌파 진보주의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재계의 입장을 관철한다는 시도 자체가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이 캐스팅보트까지 쥐게 되면 반기업 법안들이 빈번하게 발의되고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과가능성도 높아져 재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국회법 제33조에 의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의석수 20석을 확보할 경우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갖춘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우선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배분 받을 수 있으며 대표 연설이 가능하고 법안 발의도 용이해진다.

정책입법에 필요한 정책연구위원을 국고보조로 둘 수 있고, 여기에 수십억 단위의 입법지원비도 받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으로 겪어야 했던 법안 발의와 정당 운영 그리고 국회 내에서의 역할 등의 한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 활동에 날개를 달게 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총 55개 지역구에 후보자를 냈다. 목표는 지역구 12명에 비례대표 8명 플러스알파다.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마지노선이다.

설사 20석을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교섭단체 구성이 요원한 것 만은 아니다. 통합진보당 내의 다소 비관적인 전망인 15석 정도만 확보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먼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국회의원 20명’을 15명 이하로 하향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의기투합해 의석과반을 넘길 경우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17석을 획득하자 민주당이 배기선, 송영진, 송석찬을 꿔줘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해준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당시에는 ‘DJP 관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성사됐다.

재계가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진출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번 총선 공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재벌개혁 공약 가운데 통합진보당은 재계에 가장 위협적이다. 출총제의 출자한도 25%, 순환출자 전면금지, 강화된 지주회사 요건, 계열분리명령제를 기반으로 한 금산분리 등 재계의 숨통을 끊겠다는 의지다. 통합진보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재벌해체론이 국회 입법테이블로 옮겨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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