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아버지와 회초리

입력 2012-04-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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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우리은행 계장

며칠 전 갓 군대에 입대한 아들의 첫 편지를 읽어보시는 아버지의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걱정 마시고 밤잠 편히 주무시라는 아들의 글에 “이 놈도 참…”하시며 허허 웃으신다.

올해로 아버지의 연세는 쉰여섯이 되시지만, 아버지께서 나에게 보여주시는 인자한 미소는 해가 갈수록 그 짙음을 더해간다. 이렇게 인자하신 아버지를 불같이 화를 내시게 했던 사건이 있었으니! 중학생 때의 일 이었다. 가끔씩 밤잠을 안자고 부모님 몰래하는 컴퓨터 게임을 즐겼던 나는 그날 밤도 역시 거실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화장실에 가시던 아버지께 역시나~ 딱 걸려버린 것이다! 예전에도 한두 번 말로 타이르셨는데 그날 밤 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를 보시고 화가 나신 아버지는 결국 매를 드셨다. 나는 아버지께 된통 혼나고 (그만큼 맞은 데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침대에 엎드려 큰 소리로 엉엉 울며 시위를 했다.

한참을 울던 나를 보신 아버지께서 침대 맡에 앉으시더니 “많이 아팠나보구나”하시더니 자신을 그 매로 때리셨다. 몇 번을 때려보시던 아버지는 “많이 아팠겠구나. 미안하다.” 하시며 내 눈물을 닦아 주셨다. 철없는 나의 행동 때문에 아버지께서 자기 자신을 때리시다니! 그 순간 나는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자식으로서의 내 자신이 너무 창피했고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꾸지람을 듣고 울고 있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해져온다. 이 사건은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끔씩 생각나서 내 얼굴을 붉게 만들어 버리는 아버지와의 에피소드이다.

‘아버지’라는 이 단어는 참 고독하다. 나의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고독히, 또 묵묵히 일하시며 가족이라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 우리를 지켜주셨다. 가끔씩 업무가 힘들게 느껴질 때, 피곤한 것도 잘 내색하지 않으시며 나와 같은 길을 삼십 년 동안 걸어오신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침침해져 오던 눈도 번쩍 떠지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비록 세파에 흔들리며 힘든 삶을 사는 부모라도 자식들이 자신들의 소망대로 곧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노고와 고독을 깨끗이 보상 받는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아버지의 딸로서 당신의 노고를 말끔히 풀어드릴 청량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앞으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아버지! 어떤 방법으로도 저의 감사함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낳아주시고 정성으로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철부지 딸을 항상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제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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