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까무잡잡한 피부와 반듯한 얼굴, 또렷하게 상대방을 주시하는 큰 눈동자, 배우 이범수의 첫인상이다. 여기에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속 유방의 열정적인 이미지와 쉴 틈 없이 잡힌 스케줄을 더하면, 다가서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매니저는 “(이범수가) 스케줄도 많은데 대학 강의에 대학원 수업까지 듣고 있다. 인터뷰 끝난 후 바로 강의가 있어 이동해야 한다”며 발을 구른다. 하지만 정작 이범수는 여유롭다. “편하게 얘기 하자. 내가 융통성 있게 맞춰서 하면 된다”며 웃는다.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범수는 “한 지인이 ‘숨도 안 쉬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일반 회사원은 새벽이슬 맞고 출근해 해떨어지면 퇴근, 이 패턴이 매일 반복되는데, 나는 일이 없을 땐 2~3일은 쉰다. 즐겁다”며 소파에 몸을 기댄다.

이범수는 “최근 아내에게 ‘난 정말 재능이 많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연기 말고도 잘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지난해에는 미술 전시도 열었다. 이런 부분을 숨기지 않고 나타내는 게 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면서 “배우로서 분명한 차별점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런 차별 점은 이범수에게 또 하나가 있다. 과한 수식어일지는 모르지만 그의 팬들이 붙여 준 ‘연기의 신’ ‘최고의 배우’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은 실제 그가 강의를 나가는 연극영화과 강의실에서 눈으로 확인된다. 매 학기 수강을 앞두고 학생들 사이에 최고 인기 수업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이범수는 “나라고 연기가 처음부터 잘 됐고, 칭찬 받고 한 게 아니다. 많이 넘어져 보고, 굴곡진 길을 걸어보고, 작품들이 쌓아지며 연기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면서 “처음 무술을 접하는 사람은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겠지만, 고수는 손만 몇 번 휘저어도 기가 발산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닌 내공이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능동적으로 즐기게 됐다. 흔들리는 것은 수동적인데 난 미동 없이 내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한다. 서 있는 것을 넘어서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을 넘어 즐기려한다”며 고수다운 풍모를 내뿜었다.
‘고수’ 이범수를 다시 볼 기회는 다음 달 말이나 6월쯤 드라마가 될 전망이며, 영화는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체가 돌아왔다’ 외에 올 하반기 쯤 새로운 작품이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