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 놀이창고는 곧 행복창고다

입력 2012-04-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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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딸이 현관을 열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빠, 저 오늘 1등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일까? 공부를 잘해서 1등했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금방 학기 초란 생각에 부질없음을 알았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무슨 1등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공 던지기 1등을 했다고 한다.

반 아이들 전체가 멀리던지기를 했는데 1등이란다. 그것도 한 반 36명이었으며 더구나 남자 아이들 16명을 제치고 1등을 한 것이란다. 과연 왜, 딸이 던지기를 잘할까?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놀이창고에 있었다.

놀이창고는 딸이 10살, 아들이 7살쯤 완성되었다. 그럼 놀이창고란 무엇인가? 바로 아이와 놀이를 할 수 있는 기구를 보관하는 종합 보관창고다. 아빠가 아이와 놀 수 있는 각종 놀이기구가 거기에 걸려있다. 그 곳을 살펴보자.

우선 축구공, 농구공, 야구공과 배트, 글러브가 있으며 베드민턴 라켓과 공, 탁구라켓과 공, 젓가락총, 새총, 줄넘기 등을 걸어놨다. 그럼 왜 놀이창고가 필요할까? 그 주된 이유는 귀찮음이었다.

아이가 5세에서 6세, 7세로 한 살을 더 먹으니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두서없이 무엇을 하자고 다양한 요구를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주말에 집에서 쉬거나 혹은 집안에서 놀려고 할 때, 갑자기 밖으로 나가서 놀자고 요구를 한다.

그러나 놀이를 하고 싶어도 기구가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 만일 그 때, 기구를 구입하고 집에 온다고 해도 놀지 못한다. 이미 놀이를 하려는 마음이 수그러들기 십상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아이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놀이창고이다.

놀이창고를 설치하는 곳은 베란다이다. 이곳에 격자철망을 벽에 걸었다. 그리고 S 자 형태의 갈고리로 대부분의 기구를 달았다. 물론 베드민턴 라켓이나 글러브는 끼우면 즉시 해결된다.

그리고 야구공은 양파망을 이용하여 걸었으며 축구공과 농구공은 수박을 넣는 비닐을 구해서 걸었다. 그러나 만일 격자망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못을 박은 후에 걸어도 무방하다.

요즘은 테이프 걸개를 쉽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이것도 좋다. 격자망의 설치는 한 번에 마무리를 했지만 기구를 구입할 때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모두 사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구입하는 자체가 놀이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에 많은 것을 사면 아이에게 기구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으므로 사용하는 싶은 마음이 매우 적다.

기구를 구입을 하는 요령을 알아보자. 포인트는 뜸들이기다. 먼저 아이가 무엇을 사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듣는다. 그러면 언제 갈 것인지 약속날짜를 잡는다. 그렇다고 바로 구입하지 말자.

며칠이나 일주일 정도 사이를 두고 약속을 한다. 그런 다음 아이와 함께 가서 구입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한 번에 1가지만 구입하라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아이가 다른 것도 사고 싶다고 하거나 혹은 여러 개를 사고 싶다고 해서 구입해서는 안 된다.

구입 자체가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입을 하면 아이에게 그 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수시로 그 기구로 놀아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러면 즉시 놀아주면 된다. 또한 놀이의 선택은 전적으로 아이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아빠가 먼저 아이와 무슨 놀이를 하고 싶냐고 묻지마라. 그저 아이가 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아이와 놀이창고에 가서 원하는 기구를 고른 후에 놀아주면 된다. 바로 놀이에 있어서 아이가 주도적인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주자.

야구의 경우, 아이가 4~5세부터 시작했다. 이 때는 주로 던지기 놀이다. 아빠가 배트로 공을 쳐주면 달려가서 잡은 후에 던진다. 아직 손이 너무 작기에 글러브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러다가 6살 정도에 아동용 글러브를 구입했다. 그런데 아이가 공을 멀리 던지는 방법을 알려면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저 많이 던져봐야 한다. 아이가 어리면 그저 1~2미터이지만 던지고, 또 던지고를 반복하면 공을 잡는 법을 알게 되고, 어께근육을 효과적으로 쓰는 법을 스스로 알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더 멀리 던진다. 그 다음은 야구 배트로 공을 치는 법이다. 이것도 4~5세면 할 수 있는데 바로 바닥야구다. 이게 무슨 야구인가? 한 마디로 공을 바닥에 놓고 배트로 치는 것이다. 그러면 유아도 쉽게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페트병 야구다. 공을 페트병 위에 올려놓고, 아이가 공을 치는 것이다.

그러다 7~8세가 되면서 아빠처럼 공을 공중으로 던진 후 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거절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채근을 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듯이 허락을 했다. 그런데 해보니 쉽게 되지 않는다. 공을 공중에 던지는 것은 가능한데 동시에 배트로 치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공을 치려고 계속 공중에 던졌다. 그렇게 실패를 통하여 조금씩 실력향상이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유아에게 굉장히 어려운 활동이다. 공을 친다는 의미는 체육학에서 말하는 협응력이 형성될 때 가능하다.

협응력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의 신체기능이 한 가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공을 공중으로 던질 때, 내려오는 속도와 배트가 나가는 속도를 눈이 감지하여 일치를 할 때 비로소 공을 칠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협응력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과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혼자서 공을 치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아빠에게 공을 던져 달라고 요청을 했고 많은 공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은 실패를 겪었으며 결국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조금씩 공을 치는 실력이 향상되었다.

놀이창고를 만들면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 1)아이와 소통이 증가한다. 놀이창고에 놀이기구가 다양하게 있으므로 아이들은 아빠와 더욱 많이 놀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매일 아이와 놀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놀아줄 시간을 정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고 또한 소통이 저절로 증가한다. 2)주도권은 아이에게 주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하고 싶어한다. 끌려가는 것보다 끌고가고 싶어한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주도권을 잡고 아빠를 끌고가게 하라.

그러면 자기주도적 놀이법이 저절로 형성된다. 여기에는 보너스가 있는데 아이가 다양한 놀이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시시한 놀이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놀아주고, 칭찬해 준다면 더욱 많은 놀이를 개발하면서 놀이의 참맛을 알게 된다.

3)뜸들이기를 하라. 사람은 소유하려는 욕망이 누구나 있다. 그런데 관심이 없는데 선물을 준다면 좀 쌩뚱맞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준다면 선물을 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한다.

장난감을 구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 때 사주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아이의 그런 마음을 읽고 한 박자 늦게 사주자. 4)유비무환이다.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 놀이를 즉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준 아빠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놀이창고를 보면 곧 아빠를 떠올리고, 아빠와 놀 수 있는 기구를 생각하게 된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잘 놀아주는 아빠에겐 바로 놀이창고가 있다. 5)신체기능이 발달한다.

위의 놀이기구를 통하여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면 아이의 신체기능은 저절로 향상될 수 밖에 없다. 손, 발, 팔꿈치, 어께, 무릅, 허리를 쓰는 법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렇게 신체기능이 향상되면 저절로 건강해질 수 있다. 또한 비만을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새로운 학문의 시작이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나 모두 낯설다. 아이와의 놀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놀이창고를 한번 말들어보자. 처음에는 다소 낯설겠지만 만들어보자. 완성을 하면 자동 놀이창고가 된다. 또한 그것은 아이에게 많은 행복을 준다.

그래서 놀이창고는 곧 행복창고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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