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술과 술꾼, 그리고 그대

입력 2012-04-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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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지 동부CNI 인사팀

잔을 받쳐 든 손이 예쁘다

마음을 닮아서 일까

술을 넘기는 목선도 아름답다

千年을 빚은 술속에 비친 그대의 아름다움

술잔 속에 머문 그대 눈망울

둥그런 함석판위에 놓인 술잔들

형광불빛을 받아 영롱하다

모두들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대만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술은 어느새 이야기가 되고

술꾼은 이내 술에 취한다

술은 이제 더 이상 술이 아니다

술이 만들어 내는 묘한 마력들

그 매력으로 인해 그대는 술이 된다

그 술은 나의 목을 타고 들며

이내 가슴으로 번진다

술은 수많은 말들을 토해낸다

이것이 술의 무기인가

왁자지껄 수다스러움은 상념속 공간에 걸려 빠져나가질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술은 이내 현실이 된다.

마시다만 술잔은 아슬아슬하게 문지방을 넘다들며 고달픔을 그대로 품고 있다

마시면 녹아버리는 아픔들까지

누군들 잊고 싶지 않으랴

술은 벌써 저만치 도망가 있다

異邦人처럼

떠나버린 것은 술뿐만이 아니다

그대의 몸과 마음도 멀찌감치 가 있다

술은 술 취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술은 그 술 취한 사람을 사랑하게 하고

술은 그 사랑을 잔에 담아내는 신끼(神氣)를 지녔다

그 술잔, 핑크빛 입술에 문 그대여

#종종 직원들과 회사근처 선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오가는 말은 많은데 잠을 털면 기억나는 것이 많지가 않다. 정신을 놓은 것인지,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술잔이 오가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높은 담을 허물고 술잔에 마음을 담아낼 수 있어서. 한 잔술에 취하고 그 술로 스트레스를 마감하는 샐러리맨들에게 위안이 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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