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경부 산하 기관인 특허청의 수장 인사를 앞두고 지경부와 재정부 출신 공무원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다. 재정부에서는 강호인 전 차관보가 거론되고 있고, 지경부에서는 김경원 산업경제실장을 비롯해 김호원 국정운영실장, 이창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후보군에 언급된다.
2002년 이후 특허청장 자리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공무원이 세번씩 번갈아가며 꿰찼다. 일반적으로는 특허청이 지경부 산하기관으로 지경부 관료들이 주로 갔지만 2002년부터 당시 재정경제부 출신 김광림 국회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이 청장에 임명되면서부터 현재 이수원 청장(21대)까지 3:3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 청장은 오는 30일이 임기 만료로 두 부처가 특허청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먼저 지경부는 이번만큼은 재정부에 양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지경부 산하 공기업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박철규 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이 이사장으로 온 뒤, 특허청마저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경부는 “재정부가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허청장 자리를 이번에도 차지한다면 내부 사기는 땅을 칠 것”이라며 “양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정부 역시 ‘전문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역대 재정부 출신 청장의 업무능력에 대해 큰 문제 없었다는 것이 재정부의 논리다. 벌써부터 누가 특허청장 자리에 갈 것인지 재정부와 지경부의 눈이 청와대에 쏠려있다.
해외 공관 주재원 자리를 놓고서도 두 부서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경부는 자신들이 가게 돼 있는 상무관 자리에 재정부 사람을 배치해달라는 재정부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상무관’이라는 이름으로 해외공관에 배치되고 재정부 직원은 ‘재경관’으로 파견되는데 이 상무관 자리를 재정부가 노리고 있다.
재정부의 해외공관 주재원 자리 요구는 인사적체가 심한 현실을 반영한다. 지경부는 산하기관이 많아 적절하게 내부에서 충당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재정부는 국세청과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이 산하 전부인데 은퇴 후 갈 곳이 충분치 않다.
승진하지 못하면 답이 없기 때문에 요구도 그만큼 거세다.
하지만 두 부처의 자리싸움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부처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에 주요 요직이 관료들의 자리싸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