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골퍼 양수진,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상심컸지만 스윙리듬 약점 고치며 자신감 회복
지난해 9월 양수진(21·넵스)에게 시즌 두 번째 우승기회가 찾아왔다. 메트라이프ㆍ한국경제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4번홀 4언더파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를 최혜정(28·볼빅)과 유소연(22·한화)이 1타차로 쫓고 있는 상황. ‘실수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이어나가는 사이 최혜정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국 양수진은 역전을 허용(5언더파 283타)하면서 최혜정에게 한타차(6언더파 282)로 우승컵을 내줬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펼쳐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하나은행챔피언십. LPGA 출전권이 없는 한국선수들에게는 한번의 우승으로 미국무대에 직행할 수 있는 기회의 무대. 특히 LPGA투어 통산 100승의 주인공에도 등극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많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들이 우승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양수진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회 2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을 뛰어넘는 플레이로 7언더파를 기록, 단독 선두가 됐다. 하지만 마지막 3라운드 청야니에게 또 역전을 허용당하고 말았다.
양수진은 그때부터 ‘운칠기삼(運七技三, 일을 성공하는 데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뜻)’이라는 말을 믿는다.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컵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우승을 놓치니 지난해 목표했던 다승왕, 상금왕에서도 멀어졌다.
지난해 초반 양수진의 성적은 초라했다. 현대건설 · 서울경제오픈에선 31위에 그쳤고, 러시앤캐시채리티클래식에서는 커트탈락 했다.
원인을 몰랐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성적 기복이 너무 커 불안했다. 우승을 짜릿함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욕심이 늘수록 정신력은 약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요즘말로 멘탈붕괴가 됐다.
마음을 다잡았다. 행운이 따라야 우승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선수 개인의 노력을 동반한 실력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믿었다.
지난겨울 태국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큰 목표를 갖고서 동계훈련에 돌입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스케줄대로 훈련하기가 어려웠다. 일주일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국가대표 코치와 함께 어린 국가대표 후배들과 제주와 중국을 따라갔다.
더불어 상반기 부진했던 기술적인 이유를 찾았다. 프로선수 중 드라이브 비거리 1위를 자랑하는 그는 2011년 페어웨이 적중률도 80.52%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그가 기록한 페어웨이 적중률은 67%. 양수진은 “작년 초에 경기 안 풀릴때 드라이브 샷에서 미스가 많이 났다”며 “백스윙 리듬에 문제가 있었다. 이번 동계훈련에서 스윙리듬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양수진이 이번시즌에 거는 기대는 크다. 올시즌 상금왕을 이루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 있다. 골프클럽, 캐디 등을 교체하는 굵직한 변화도 줬다. 기존 포틴 클럽을 사용하던 그는 올해부터 혼마 클럽을 사용한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유소연의 캐디백을 멨던 최희창(38)씨와 인연을 맺었다.
올해 상금왕에 사활을 걸고 정상에 등극하면 내년쯤 일본무대에 노크할 계획이다. 장타를 무기로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
대화를 나누다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30살이 되기 전에 꼭 결혼을 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엄마는 늦어도 27살에는 결혼을 하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살 전에는 좋은 짝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투어 생활을 하면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필드위 패셔니스타라는 닉네임답게 패션쪽에 관심이 많다. 대회에 그가 입고 나온 옷들은 며칠 뒤 ‘완판’ 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나다. 양수진은 “30대에 은퇴를 하게되면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이다. 골프의류 디자이너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