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정치경제부 차장
이정희 대표는 4·11 총선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새누리당의 구태 정치를 비판하던 이정희 대표여서 이번 일은 더욱 실망스럽다.
당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표의 보좌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당원 수백명에게 “지금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짐. 다른 나이로 답변해야 함”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이를 속여 응답하도록 지시한 셈이다. 이 대표는 전화면접 조사에서 김희철 의원에게 0.7%p 차이로 패했지만 전화자동응답(ARS)에선 7%p 차로 앞서면서 경선에서 이겼다.
경선 과정에서 승리한 것도 의아하지만 여론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이정희 대표의 태도 역시 문제다. 사실이 드러난 후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유를 불문하고 사과드리고 관련자 문책이 따라야 한다”며 “이 때문에 경선 결과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재경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1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문자메시지를 200여명 정도에게 보낸 것이기 때문에 용퇴 대신 재경선을 선택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여명에게 여론조작을 한 것이 큰 문제 없다는 식으로 들린다. 또 사퇴 대신 재경선을 택할 정도의 조작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재경선을 선택한 점도 꼼수로 비쳐진다. 총선 일정상 재경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등록은 22일부터 치러야 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새로운 후보 등록이 힘든 상태다. 김 의원 측은 “재경선을 요구하는 건 면죄부를 달라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경선 조작에 대한 변명에 급급하기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