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주도한 김종훈 vs 반대론자 정동영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반대 선봉에 섰던 김종훈(59)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동영(58) 의원이 4·11 총선에서 각각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에서 맞선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 본부장은 한미FTA 협상대표로, 정 의원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한미FTA 일부 재협상이 이뤄지면서 둘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만큼 둘 간의 공방전도 치열하다.
김 본부장은 강남벨트에서 한미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를 집중 설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말바꾸기’를 공략의 초점으로 삼으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에서 “나에게 지시도 하고 격려도 하고 힘도 보태줬던 분들이 지금 그렇게(한미FTA 반대) 하는 걸 보고 내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황당하다”며 정 의원의 태도변화를 꼬집었다. 다만 그는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정 의원은 김 본부장을 ‘시장만능주의자’로 규정, ‘신자유주의 대 복지국가’라는 프레임에 승부수를 띄웠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 민주화 복지국가 담론을 갖고 유권자를 설득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대 복지국가 전선이 형성되는 게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 판세는 김 본부장이 약간 우세한 상황이다. 동아일보가 19일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39.2%로 30.5%를 얻은 정 의원을 8.7%포인트 차로 앞섰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김 본부장이 당선되면 한미FTA 찬성 여론이 힘을 받게 되지만, 반대로 정 의원이 승리하면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총선결과에 따른 여론의 분위기가 12월 대선까지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강남을은 이미 여야가 사수해야 할 최대 요충지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