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IT-폰수다]손 vs 펜

입력 2012-03-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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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스마트디바이스 사업전략으로 풀어보니…

스티브잡스(전 애플CEO)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구는 우리가 갖고 태어난 손가락”

신종균(삼성전자 무선사업본부장) “S펜 스마트기기에 꼭 필요한 기능, 성공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펜(스타일러스)을 꽤나 싫어했던 모양이다. 잡스는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넣었다 뺐다하다 잃어버리는 스타일러스를 누가 원하느냐,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일화가 있다. 그는 본연적으로 스마트기기와 펜은 궁합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 7일 애플이 공개한 ‘뉴 아이패드’에도 잡스의 손가락 예찬론이 여실히 드러난다. 애플은 뉴 아이패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사진편집도구 ‘아이포토(iPhoto)’에서 손가락 멀티터치 기능을 극대화 했다. 손가락을 좌우, 위아래로 터치하는 동작 만으로 마치 포토샵으로 작업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손가락과 아이패드가 있다면 그 무엇도 필요없다는 게 애플의 신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요즘 펜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펜을 스마트폰과 접목시켜 히트제품 갤럭시노트를 만들어 낸 것. 펜의 효용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들도 펜으로 이미지를 오리고 붙여 개성만점 메모를 작성하고, 153단계의 정교한 표현이 가능한 펜으로 예술작품 수준의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에 놀랐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도 “갤럭시노트의 펜은 창의적일 뿐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생전의 스티브잡스가 말한 것은 틀렸다”고 촌평했다.

펜에 대한 애플과 삼성의 시각차는 시장전략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에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를 접목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옆으로 밀어서 잠금해제 등 사람들은 애플의 간결하고도 매력적인 터치에 열광했고 애플 역시 모바일 정체성을 터치로 정의하기에 이른다.

반면 애플의 추격자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우선 제품력으로 성능우위를 강조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독창성은 약하다는 꼬리표는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공방에서 매번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에 없는 다양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에 도입한 것이 ‘펜’이고 이 선택은 옳았다.

인간이 도구를 쥐면서부터 역사가 시작됐고 도구의 진화와 함께 인류 문명이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보자면 맞는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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