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단종·낙태수술당한 한센병 환자들이 법정서 눈물의 호소를 해 주변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한규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단종ㆍ낙태수술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기일에서 원고 당사자로 증언에 나선 김 할머니의 사연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열 한살 때부터 병을 앓은 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한센병 환자 격리ㆍ수용정책에 따라 열 세살이 되던 해 강제로 소록도행 배를 타야 했다.
이후 20여 년간 소록도에서 생활하며 모진 고초를 겪은 그에게 강제 낙태는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증언대에 선 김 할머니는 “임신을 했는데 5개월쯤 지나니 낙태수술을 하라고 했다. 거부했지만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김 할머니는 “낙태한 제 아이의 시신을 눈앞에서 직접 보여줬습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인 권모(72) 할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단종 수술 후유증으로 몸 전체가 다 아프다. 걷기도 힘들다”면서 “학대와 천대를 받으며 짐승만도 못하게 살았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센인권변호단은 “한센병은 치료제 한 알로 나균의 99.9%가 치료되며 성적 접촉이나 임신으로 감염되거나 유전되지 않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이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195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단종 정책을 지속해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작년 10월 국가가 공식적으로 과오를 인정하고 낙태 피해자에게 5000만원, 단종 피해자에게는 3000만원씩 총 65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편, 한센병 환자에 유사한 정책을 폈던 일본 정부는 2001년 일본한센병보상법을 제정해 1만여명에게 보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