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명중 23명 전직 경찰…전국이 근무처…개인정보 유출 금지·수사권한 좁아 애로
보험 경찰관이 떴다.
이들은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이 전직 경찰 출신인 이들은 보험사기전담 특별조사팀(SIU = Special Investigation Unit)에 소속 돼 24시간 보험범죄를 막기 위해 뛰어 다닌다.
동부화재 이종오 차장도 보험 경찰관이다. 17년동안 경찰에 근무하다 지난 2005년 동부화재 SIU팀으로 전직을 했다.경찰 시절 바쁜 업무로 인해 집에 못들어가는 날이 많아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그는 경찰과 가장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SIU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SIU팀에서 현장조사에 관한 부분을 진두지휘하며 보험사기범들을 적발해내고 있다.
이들이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설계사 등 외부로 부터 들어온 제보 입력화면을 확인하는 것이다. 제보를 검토한 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건들은 보험개발원 시스템 등을 통해 면밀히 분석을 하고, 그 후 현장 출동을 해 증거를 수집한다.
기자가 방문한 그날도 SIU팀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아침부터 불이나케 현장으로 출동을 했고, 나머지 직원들도 내부에서 수많은 회의를 반복하며 보험사기범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보험범죄 행위가 적발되면 SIU팀은 정식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수사를 의뢰를 하기도 하고, 직접 피해보험자를 만나 해결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기회성 보험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기 위해 사고 내용을 허위로 조작하는 등의 수법이 상당수였지만, 지금은 고액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계획적으로 접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기범들은 이같은 허점을 이용해 하루에 수십개의 보험에 가입을 하고 범죄를 계획한다. 실제 얼마 전 동부화재 SIU팀에서는 13개 보험사에 20개의 다수 보험가입을 통해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시기를 적발해냈다. 정 씨는 입원일당 담보를 중심으로 하루에 20여개의 보험상품을 가입한 뒤 지속적으로 경미한 사고를 조작해 입원일당을 편취했다. 이에 SIU팀은 ‘사기의사에 의한 보험금 편취’로 형사고발을 통해 수사를 진행했고 정 씨가 부당편취한 보험금 전액을 환수했다.
이 차장은 취재가 시작된 직후부터 구체적인 사건 조사방식에 대해서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보험사기범들의 수법이 지능적으로 진화되고 있어 작업 과정이 알려지면 법죄자들은 또다른 사기수법을 연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차장과 같이 경찰직에 근무하다 SIU팀에 합류한 팀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은 수사권한이 절대적으로 좁아졌다는 점이다. 경찰직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수사공문을 통해 개인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신속하게 수사에 임할 수 있었는데, SIU팀은 아직 그러한 권한이 없다.
이 차장은 “외국 같은 경우 보험범죄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시켜 SIU팀에게 수사를 위한 권한을 최대한 부여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보험사기범이라고 의심되는 경우 SIU팀은 이를 입증해내야 하는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문제로 인해 가입자의 휴대폰 위치추적부터 통화내역, 카드사용내역, 의료기록 등 아무것도 확인 할 길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동부화재 SIU팀은 사기사건을 적발하는 것보다 철저하게 예방을 하는 데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은 가입자의 기존 성향을 파악해 언더라이팅을 강화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에서도 하루에 다수보험 가입을 통한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는터라 조만간 보험사기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SIU팀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다니면서 현장을 조사하고, 목격자를 찾고,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때론 누구 하나 알아주는 것 같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뛰는 이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