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한우물만 판 '롯데' 토박이, 이제 정점에 서다
허 사장의 업무보고 검토는 지난 2월초 취임 직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허 사장 특유의 꼼꼼함 때문이다. 허 사장은 이달 말까지 업무보고를 마무리한 후 소규모 간담회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유화 전문가’로 통하는 허 사장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 유화사업의 한 축이 되다=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 사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호남석유화학. 이제 호남석화의 대표직에 오른다는 것은 롯데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유화업계가 지난달 호남석화 신임 대표로 취임한 허 사장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사장은 1976년 호남석화에 입사, 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 2008년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역임한 롯데 ‘토박이’다. 케이피케미칼 대표 시절부터 정범식 호남석화 총괄사장과 보조를 맞추며 롯데의 유화사업을 전면에서 이끌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허수영 사장은 36년 간 롯데에서 석유화학업종만 파고든 유화 전문가”라며 “대산유화, 케이피케미칼 대표 시절, 롯데 유화사업의 매출 성장을 이끈 또 한 명의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허 사장은 케이피케미칼 대표 취임 당시 2조941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를 4년 만에 4조6402억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렸다. 또 2009년엔 파키스탄 PTA 인수, 영국 아테니우스를 인수하는 등 그룹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업계는 총괄사장직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정범식 대표 대신 허 사장이 주도적으로 호남석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범식 총괄사장은 주로 대외업무에 주력하고, 허수영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동반성장·에너지절약 분야에서도 ‘활발’= 허 사장은 실질적인 경영 이외에도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CEO로 평가받는다. 허 사장은 지난해 초에도 케이피케미칼 울산지역 협력사들을 직접 방문, 간담회를 열어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허 사장은 “유화업계도 환경경영, 글로벌 경영, 동반성장의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중소업체들과의 지속적인 동반성장 정책과 관심 만이 협력업체와의 시너지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 사장은 자신이 강조한 유화업계 과제 중 하나인 환경경영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허 사장이 이끈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구축사업이다. 에너지절약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골자다. 케이피케미칼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347억원을 투자해 247억원 규모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허 사장은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에너지절약 촉진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 부분은 그동안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강조해 온 정범식 총괄사장과 비슷한 맥락”이라면서 “다만 허 사장이 향후 환경경영을 호남석화에도 녹여낼 수 있을 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허수영 사장의 과제는?= 호남석화의 최종 목표는 ‘비전 2018’ 달성이다. 오는 2018년까지 매출 40조원 달성이 골자다. 이를 위해 호남석화는 올해 목표를 매출 20조원 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허 사장의 취임 과제도 중장기 비전달성에 대한 속도를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에 있다.
호남석화는 올 상반기 증설을 통해 연산 2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증설이 완료되면 폴리올레핀 생산규모는 연간 358만톤으로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한다. 이와 함께 호남석화는 이달 미국 앨라배마 자동차소재 공장을 준공하고, 오는 2분기부턴 중국 허페이시에 고기능성 플라스틱 공장을 가동한다. 케이피케미칼 대표 시절 중국, 러시아 등 해외사업을 추진했던 허 사장이 가세함으로써 호남석화의 해외사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50억달러(한화 5조6000억여원)가 투입되는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 설립을 안정적으로 마무리시키는 것도 허 사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호남석화는 공장 설립을 위해 현지에 ‘PT 롯데 타이탄 인도네시아’라는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업계는 허 사장이 취임하면서 2009년부터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케이피케미칼과 호남석화의 합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안이 산적한 호남석화를 새롭게 이끌게 된 허 사장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허수영 사장 약력
△1976년 호남석유화학 입사 △1999년 호남석유화학 부장 △호남석유화학 연구소 소장 △호남석유화학 이사 △2005년 호남석유화학 전무 △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이사 △2008년 케이피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 △2011년 케이피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2012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