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서편제의 절절한 울림, 소설-영화- 뮤지컬로 잇는다

입력 2012-03-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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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가 지난 2일 재공연에 돌입했다. 지난해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며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 서편제는 감각있는 노래, 무대장치, 연기자들의 전문적 판소리 능력에 힘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랑)

◇뮤지컬 서편제, 공간-시간한계 넘었다

뮤지컬 서편제는 영화 서편제의 줄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뛰어난 영상과 조명, 무대장치 등으로 몽환적으로 풀어냈다.

피가 다르지만 남매로 묶여 함께 살아가는 동호와 송화. 동호는 아버지 유봉을 늘 원망한다. 아버지의 소리가 어머니를 죽였다 생각한 유봉은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 아버지와 누나 송화를 떠난다. 함께 떠나자는 동호의 간청을 뿌리치고 송화는 아버지와 함께 또 유랑길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유봉은 송화의 가슴에 말 못한 한(恨)을 심어주기 위해 고의로 눈을 멀게 한다. 가슴에 한을 담아야 소리가 깊어진다는 유봉의 생각이었던 것.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송화는 피 맺힌 절규를 내지른다. 동호에게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한이라면 송화에겐 동호, 자신의 눈을 차례로 잃고 결국 아버지의 죽음이 한이다. 송화는 맞이하는 모든 것을 한으로 승화해 소리에 담는다. 시간이 가면 내 뜻을 알게 될거라는 아버지 유봉.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절규하는 송화. 엄마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 속에 사는 동호와 환영처럼 나타나는 동호엄마. 이들이 함께 부르는 넘버곡‘시간이 가면’은 극의 정서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사진제공 랑)
영화 서편제는 산과 들판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뮤지컬 서편제는 장소와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서편제는 한지를 배경으로 4계절의 영상을 담았다. 수묵화 배경을 한지 위에 펼쳐내 뮤지컬 서편제만의 공간연출에 성공했다. 무대바닥에 회전판을 설치, 연기자들의 보폭에 상관없이 무대의 넓이를 극대화했다. 오케스트라를 파격적으로 무대 뒤쪽 상단에 배치해 객석과 무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다른 뮤지컬보다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관람할 수 있다. 서편제의 무대적 예술의 백미는 죽음을 아름다운 군무로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동호의 어머니가 죽을 때와 유봉이 죽을 때, 무대엔 천상의 사람들을 의미하듯 흰색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등장해 이들의 죽음을 아름다운 군무로 맞는다.

또 서편제는 판소리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뮤지컬 서편제에는 판소리 뿐 아니라 록, 발라드를 선보인다. 화려한 기타, 드럼 등 판소리와 록이 만나 터트리는 새로운 소리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서편제의 음악작업에 인기작곡가 윤일상이 참여해 곡의 풍성함을 더했다.

지난 2일부터 4월 22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되는 뮤지컬 ‘서편제’에는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소리꾼 이자람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차지연이 ‘송화’역으로 다시 무대에 서고, 뮤지컬 배우 한지상이 새롭게 합류했다.

◇소설, 영화, 뮤지컬 서편제 비교

영화 서편제(1993년작)는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소설 ‘서편제’는 월간 종합잡지인 ‘뿌리 깊은 나무’에 1967년에 발표된 것으로 연작 소설집 ‘남도 사람’ 중 한 편이다. 본편은 8편으로 구성됐으며 서편제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 살아 있는 눈, 눈길, 해변 아리랑 등이 있다. 최근 만들어진 천년학은 선학동 나그네의 내용으로 서편제의 후속작에 해당한다.

(영화 서편제)
영화 서편제를 통해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대종상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소설은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영화에서 큰 흥행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데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상미와 한국의 소리를 제대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지난해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연출가 이지나, 윤일상 작곡가, 김문정 음악감독, 조광화 작가 등의 창작진이 함께 해 극의 영상과 소리의 멋을 더했다. 소설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은 캐릭터에서 조금씩 차이를 드러낸다.

소설에서 송화는 동호의 의붓 여동생으로 나오고 결혼도 못한 채 오빠를 기다린다. 영화에서는 송화가 동호의 양 누이로 등장하고 술집 주인과 결혼까지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뮤지컬에서는 소설과 영화의 중간형태다. 송화는 양 누이로 등장하고 결혼을 하지 않지만 동호가 자신을 찾자 그때마다 피한다. 소경이 돼 나타나 동호에게 짐이 되기 싫은 마음인 것. 동호의 가출도 소설과 영화, 그 사이 뮤지컬은 중간점을 찾았다.

소설에서 동호는 어머니를 죽게 한 장본인이 유봉이라 생각하고 죽이려다 실패한다. 그리고 가출을 결심한다. 영화에서는 단순히 가난한 현실이 싫어서 집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진다. 뮤지컬은 이 지점에서 소설의 줄거리를 따른다.

소설 및 영화 서편제와 비교했을 때 뮤지컬 서편제는 동호의 캐릭터에 좀 더 힘을 실어준다. 영화에서 동호는 아버지의 곁을 떠나 이후 누이와 아버지를 회상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뮤지컬에서는 동호가 좀 더 입체적 캐릭터가 돼 동호의 사랑, 외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뮤지컬은 동호를 판소리보다 록을 동경해 록가수로 전향하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무대는 이 점에서 뮤지컬 서편제만의 독창성이 나온다. 판소리 뿐 아니라 록, 발라드 등 풍성한 사운드 구현을 동호를 통해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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