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형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과장
길 위로 사람들이 흘러내린다
바람이 사람들처럼 바스락거리고
수많은 풍경들이 떨어진다
나뭇잎은 무거운 축에 속하는 것
사람들의 머리카락에서
햇살의 입자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길 건너 아파트 발코니에서
여자들이 이불을 털어 말리고,
아이들은 이불에다 물총을 쏜다
채 마르지 않은 걸레들과 흐린 구름 사이에
아버지의 큰 그림자가 아이들 앞에 서있다
갑자기 비라도 오면
우산을 들고 길목을 서성거려 본다
한둘씩 비를 맞고 우산 곁을 스쳐 가면
우산을 내밀고 와도 좋다
하수구 빗물이 흘러내리는 소리에
찌든 땀도 그립던 시간들의 눈물도 흘러내리고,
저 길 위에 없는 내 소유의 땅을
단지 발바닥이 닿는 표면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그 표면을 제외한 지하의 모든 땅이
내 것임을 선포하고서 부자가 된다
너와 내가 스치는 길 위에
햇볕 말라붙은 빗물이 하얗게 자국을 남겨 놓았다
가녀린 사람들의 마음에도
첫사랑의 열병과 가난한 숨소리들이 말라 푸석푸석해지고
시름시름 마른 시금치 모양의 삶이라도
길 위에 딱 버티고서 흘러내리지 않는 사람들은 풍경이 된다
바람은 바람이 와서 손잡고 가고
커다란 풍경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것이다
비가 개고 햇살 앉은 손등을 오래도록 내려다본다
/배재형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