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세계적 추세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세수 늘려 '복지 공약' 메우겠다고?
민주당은 대기업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 부담을 대폭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현행‘200억원 이상’에서‘50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고 최고세율도 22%에서 25%로 3%포인트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 과표 2억∼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2%인 법인세율을 2억∼500억원 이하 22%, 500억원 초과 25%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과표 500억원 이상 기업은 358개로, 전체 기업의 0.08%를 차지한다. 기대되는 세수 증가분은 2조8189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미 1%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79%를, 0.1%의 상위 기업이 전체의 58%를 부담하고 있다. 게다가 이는 국제적인 법인세율 인하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만 해도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8%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높은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일자리 창출 의욕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해외이전을 유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소득세도 최고세율 적용기준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더 많은 이들에게 세금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과표 3억원 초과 소득자에 최고세율 38%를 적용키로 관련법을 개정한 지 두 달 만에 또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은 소득세법을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일단은 현행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세는 최고세율보단 최저세율을 손 보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각종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 세금이 깎여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인 최저한세율을 현 14%에서 1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득과세 대상 확대에 있어선 여야가 따로 없다. 양당은 현행 ‘4000만원 초과’인 금융소득과세 기준을 ‘3000만원 초과’로 기준을 인하하기로 했다. 과거엔 이자와 배당금 등의 금융소득이 부부 합산으로 연간 40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최고 38.5%의 세율을 적용 받았지만, 2002년 8월 헌법재판소가 부부 합산에 대해 위헌 판결함에 따라 ‘1인당 기준’이 4000만원 초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기준금액을 3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금융소득과세 신고자는 4만8907명, 금융소득 총액은 9조8527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야는 이 같은 과세 기준금액 조정으로 연평균 최대 40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당은 또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에도 한목소리다. 시가총액 기준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지분 3%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대주주인 과세 대상을 ‘지분율 2% 또는 지분가치 70억원 이상’ 대주주로 넓힐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분율 2% 또는 50억원 이상’ 대주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코스닥 기업은 ‘지분율 3% 이상 또는 30억원’ 보유자로 강화하기로 했다.
증권거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데에도 양당의 구상은 일치한다. 다만 새누리당은 거래 금액의 0.001%를 부과하는 파생상품 거래세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안의 10배인 0.01%의 세율을 적용해 2017년 기준 연간 2조6000억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새누리당은 5년간 52조원, 연평균 10조5000억원, 민주당은 연평균 15조~16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양당은 이를 갖고 각각 ‘평생 맞춤형 복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쓰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