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웨이퍼 공장 착공 5개월이나 연기… 현대중공업 태양광 사업 보류 영향 받나
KCC가 신성장동력 태양광 사업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 불황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최근 파트너사인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사업 축소 분위기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10월 예정했던 잉곳·웨이퍼 안성공장의 착공을 미루고 있다. 태양광 시장이 언제 회복될 지 가늠키 어렵기 때문이다.
KCC는 지난해 3월 안성 4산업단지 내에 LED용 사파이어 기판 공장을 1단계로 짓고, 이어 1.6GW의 태양전지용 웨이퍼 공장을 설립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KCC는 해당 부지 매입까지 끝낸 상태다. 하지만 LED용 사파이어 기판 공장은 지난해 7월 착공, 올해 완공될 예정이지만 태양전지용 웨이퍼 공장의 착공은 약 5개월이나 연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CC가 경기도 측과 공장 착공을 통한 고용계획 등을 다 협의한 가운데 언제까지 공장 착공을 미룰 순 없을 것”이라며 “웨이퍼가 아닌 다른 용도의 공장을 세우는 것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KCC의 웨이퍼 공장 착공 연기가 현대중공업의 최근 행보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업스트림 산업(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에선 수요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데, KCC의 주 공급처가 될 현대중공업이 최근 태양광 사업을 보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태양광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도 지난달 28일 “태양광에 대한 투자는 보류하는 상황이며, (올해도) 이에 대한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태양광 사업에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이뤄진 충북 음성 태양전지 모듈 공장 및 설비 매각 결정도 이의 일환이다. 연산 600MW 규모인 현대중공업 음성 모듈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 공급처인 현대중공업이 음성 모듈 공장 매각 방침을 세우는 등 전체적으로 태양광 시장 불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KCC 경영진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KCC는 고위 경영진들이 웅진, 한화 등 다른 후발업체들과 달리 전체적인 태양광 시장을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실제 KCC는 지난해 말 가동을 멈춘 대죽 폴리실리콘 공장도 아직까지 재가동시키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가동을 멈췄던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이 최근 재가동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KCC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이 완전한 안정세에 접어들면 재가동할 입장”이라면서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