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내수 부진 현상…지난해보다 영업일수 늘었으나 판매 증가율 적어
국산 자동차 5사의 2월 판매 성적표가 공개됐다. 5사의 2월 내수 판매량 총합은 11만29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6934대)보다 실적이 5.3% 향상됐다.
그러나 올해 설연휴가 1월에 끼어 있어, 지난해보다 2월의 영업일수가 길었음에도 증가폭이 적어,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체 시장 구도는 현대·기아차가 82.9%의 점유율(현대차 47.5%, 기아차 35.4%)로 독주를 이어갔고, 한국GM이 9.1%, 르노삼성 5.2%, 쌍용차 2.8%를 기록했다.
판매량 측면에서는 한국GM과 쌍용차의 판매량이 30% 안팎으로 늘어난 반면, 르노삼성은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올해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독주’ 현대·기아차, 누적 판매는 부진=현대·기아차는 2월 한 달간 9만3659대의 차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5.6% 늘었다. 현대차는 8.6% 증가한 5만3647대, 기아차는 2.5% 늘어난 4만12대를 팔았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현대·기아차가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으나, 안으로 보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2월 현대·기아차의 누적 국내 판매량은 17만3055대로 지난해(18만4348대)보다 6.1% 줄어 뚜렷한 내수 부진 현상을 증명했다.
현대차의 경우 ‘주력 차종 3총사’인 준대형 그랜저, 중형 쏘나타, 준중형 아반떼가 현대차 판매량 톱 1~3위를 차지하며 내수 판매 증가를 주도했다.
그러나 9337대를 팔아 1위에 오른 그랜저는 지난해보다 20.7% 판매량이 줄었고, 3위 쏘나타(7640대)는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2위 아반떼(9305대)가 26% 증가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볼 수 있다.
기아차 역시 모닝과 레이, K5 등 기존에 잘 팔리던 차들이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만대 이상 팔리던 모닝의 판매량이 37.9% 줄어 7549대로 집계됐다. K5는 지난해 2월보다 13.7% 늘었으나, 지난해 누계 판매량과 비교하면 2.6% 줄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완성차 내수 시장의 부진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신차 및 주력 차종의 마케팅을 더 강화하고, 확고한 품질경영 기조를 유지해 보다 내실 있는 경영활동을 통해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쌍용차, 주력 차종이 살렸다=한국GM과 쌍용차는 완성차 5사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만에 1만대와 3000대 판매 고지를 회복했고, 30% 안팎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GM은 지난해보다 34.7% 증가한 1만277대를 판매했고, 쌍용차는 27.5% 늘어난 3111대를 판매했다.
두 회사 모두 주력 차종의 판매 호조가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한국GM은 준대형 알페온과 SUV 캡티바의 판매량 증가가 돋보였고, 쌍용차는 1월 출시한 코란도스포츠의 판매량이 꾸준하게 증가했다.
특히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는 출시 두 달 만에 국내에서 총 3359대가 판매돼, 지난 2008년 이후 코란도C에 이어 월 3000대 이상 판매되는 두 번째 차종이 됐다.
한국GM 관계자는 “내수 호조를 이끈 알페온 e어시스트와 캡티바 2.0 디젤 등의 모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시된 모델”이라며 “쉐비케어 프로그램 실시 등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 제고 활동을 더 강화해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보다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참여 시장에서의 판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진 언제까지?=르노삼성은 수개월째 뚜렷한 내수 감소 현상을 지속했다. 르노삼성은 2월 한 달간 5858대의 차를 팔아, 지난해보다 실적이 30.5% 악화됐다. 2만대를 넘었던 누적 판매량도 1만2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종별로는 큰 기대를 건 준대형 SM7의 판매량이 42.7% 증가했으나, 나머지 전 차종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SM3의 경우 지난해보다 51.3% 줄어든 1467대 판매에 그쳤고, SM5는 27.1% 줄어든 3185대 판매를 기록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SM5 에코 임프레션에 대한 현장 고객의 반응이 좋다”며 “기존의 차종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해, 내수 부진을 만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5사의 수출량은 57만7030대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30만979대로 지난해보다 32.5% 늘었고, 기아차는 지난해보다 44.7% 늘어난 20만112대를 수출했다. 한국GM은 5만2682대로 지난해보다 11.5% 늘었고, 르노삼성은 1만1129대를 수출해 지난해보다 23.9% 상승했다. 쌍용차는 5755대로 지난해보다 32.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