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중년 여성들의 소리없는 불청객 ‘고지혈증’

입력 2012-02-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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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혈관질환 주의보…남성 질환으로만 생각했다간 큰 코 다쳐

“고지혈증·심근경색·뇌졸증 등 혈관질환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 당장 선입견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고지혈증’ 진료 인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1.4배 더 많았다. 또 연평균 증가율도 남성이 17.9%, 여성이 20.6%로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은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를 의미한다. 남성들은 잦은 회식으로 인한 음주와 기름진 음식, 흡연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들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오인받는다. 하지만 고지혈증은 중년 여성, 그 중에서도 폐경기에 접어드는 50세 전후의 여성들에게 위험한 질환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방심하기 쉬운 고지혈증은 요즘처럼 날씨가 풀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엔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몸 속 혈관이 기온변화 등 외부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돌연사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 폐경기 심혈관질환 위험 3배 높아 = 폐경기 여성에게 고지혈증 위험주의보가 내려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폐경기엔 총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고지혈증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심완주 고대안암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경기에 접어드는 여성의 경우 폐경 이전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혈관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심혈관 질환의 주원인인 고지혈증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으므로 평소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혈관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져 심할 경우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 미국 심장협회에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심혈관 질환 위험요소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50대 이상의 여성을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군으로 규정하고,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운동·식습관 관리·약물 치료 병행해야 = 고지혈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생활 속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심장협회(AHA)는 폐경기 이후 여성들이 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60~90분간 빨리 걷는 수준의 운동을 권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생선류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활요법을 통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콜레스테롤은 주로 간에서 합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위험군일수록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 때에는 동맥경화, 심혈관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아주는 치료제 투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혈관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세 가지 질환(고지혈증·동맥경화·심혈관질환)을 한번에 관리함과 동시에,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여성을 위한 맞춤 치료제도 나왔다.

심 교수는 “나쁜(LDL) 콜레스테롤은 낮추고 좋은(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려줘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위험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고지혈증 치료의 핵심”이라며 “심혈관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고지혈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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