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CJ그룹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4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관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23일 CJ는 삼성측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이 궁지에 몰리는 형세였지만 이맹희 씨의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주식인도 청구소송에 CJ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그룹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CJ간의 해묵은 논쟁의 재점화가 두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주가등락을 좌우하는 사건은 아니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이 시점에서 두 그룹간의 분쟁이 자칫 기업규제에 대한 또다른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산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과 CJ 해당 기업의 주가와 이번 분쟁은 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벨류애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나 실적부진 등의 사안이 아니라 삼성가 형제간의 재산권 다툼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대한통운을 인수한 CJ그룹은 물류사업에서 삼성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탐탁치 않더라도 대외적으로 이번 갈등을 원만하게 봉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른 전문가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이상으로 알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없고 법률적 판단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을 통한 관련 기업에 대한 주가전망은 무의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사건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할 시기”라며 “만일 이번 삼성과 CJ간의 갈등이 지금 단계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신세계와 한솔 등 범삼성가 로 확대된다면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