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던 정유사-주유소, 엇갈린 운명

입력 2012-02-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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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고유가 불구 작년 사상최대 실적…주유소, 10% 마진 4%대로 감소

오랫동안 업계의 공생관계였던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함께 고유가의 주범(?)이라는 눈치를 받고 있지만 실제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주유소들은 점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펼쳤다. 고유가로 인해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사업 호조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8조375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보다 27.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보다 50.6% 늘은 2조8488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47조94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3% 증가한 2조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4.3% 늘었고,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약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유4사 전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1차고객인 주유소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고유가로 인해 정유사 공급가는 비싸지는 데 비해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은 제한적이다. 일단 주유업계가 포화상태로 경쟁이 심해졌고, 이에 사회적인 고유가 비난여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 마진률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주유소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경쟁에 못 버티고 하나 둘씩 휴업 혹은 폐업을 결정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총 1만2901곳으로 전년 대비 102곳이 감소했다.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만3003곳이었으나 지난해 1월부터 매월 꾸준한 감소추세를 이어 왔다. 이와 함께 휴업 중인 주유소들도 2010년 316개에서 지난해 425곳으로 크게 늘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유소를 한다고 하면 부잣집으로 통할 정도로 이익이 상당했지만 그건 옛 말이 된지 오래다”면서 “과거 9~10%대였던 마진률이 최근엔 4%대로 떨어지는 등 대부분 주유소들이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이 상황이 힘들어지자 주유소들은 지난해 하반기 자영주유소협의회를 결성하며 단체로 뭉쳤다. 과거와 같이 개별적으로 나서면 정유사들과 협상력도 떨어지고, 이에 따라 주유소들의 마진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주유소 업자는 “과거 주유소들이 잘 벌 때 정유사들에게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던 반면 지금처럼 생존이 어렵게 되면 단체로 뭉쳐 업계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관계의 변화는 지난해 말 정부의 알뜰주유소 기름공급자 입찰과정에서도 잘 나타났다. 당시 주유소들은 입찰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정유사들을 상대로 단체성명을 내고 입찰참여 반대 압박에 나섰다. 이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기름공급자로 낙찰되자 해당 자영주유소협의회가 직접 본사를 찾아가 다시 한 번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최대 실적은 비정유부문의 호조 덕분이어서 현재 주유소 상황과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유소 업주들은 우리의 1차 고객이기 때문에 각종 지원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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