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구이린이 부럽지 않은 완펑린(萬峰林)

입력 2012-02-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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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중국여행에 관심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구이린(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이다’란 뜻이다. 맑은 물, 푸르고 아기자기한 산봉우리, 기이한 동굴이 많아 구이린은 오늘날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만약 물 맑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강(璃江)’이 구이린이 아니라 구이저우(貴洲) 씽이(興義)의 완펑린(萬峰林)에 있었더라면? 그 유명한 문장은 ‘완펑린산수갑천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완펑린은 ‘만개의 봉우리가 숲을 이룬다’는 뜻처럼 구이린의 산세를 능가한다. 동서 길이 200㎞에 달하는 대지 위로 카르스트 지형의 봉우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싱이시를 3분의 2나 차지한 만봉림은 크게 동봉림과 서봉림으로 나뉜다. 서봉림이 먼저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동봉림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으로, 원시 논밭 형태를 띠고 있다. 완펑린(서봉림)을 관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동카를 타고 영화처럼 빠르게 돌아보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음미하기. 물론 걸으면서 감상하는 게 좋다. 3,4시간이 소요된다. 전동카와 여행자들이 다니는 산책로는 마을보다 높은 곳에 위치했다. 아기자기한 봉우리들과 전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사흘이상 맑은 적 없고, 땅은 3리 이상 평단한 곳 없으며, 사람은 돈 서푼도 없다(天無三日淸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錢).’는 구이저우. 늘 안개가 끼고 면적의 90%이상이 산과 고원인 구이저우는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로 꼽힌다. 그러나 완펑린이 있는 싱이 만큼은 예외로 보인다. 카르스트 지형이라 토양이 비옥하고 수량도 풍부하여 물산이 풍부하다. 드넓은 논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바둑판 모양의 논과 밭이 드넓게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타난 팔괘 모양의 논. 일부러 꾸며놓은 것 같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그 중심부에서는 신비하게도 물이 샘솟는다.

들녘에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옥의 이 매우 독특하다.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돌을 아귀를 딱 맞춰 차곡차곡 쌓아 지었다. 이는 부이족(布依族)의 전통가옥으로 기둥, 대들보, 서까래, 마루용 나무 이외에는 모두 돌을 이용해 짓는다. 주변 수많은 카르스트 봉우리들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건축자재가 돌이기 때문일까. 이곳의 가옥은 자연을 빼닮았다.

두부와 개고기를 즐겨 먹는 부이족의 전통은 우리와 닮은 점이 참 많다.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와 형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는다. 또 동성동본과 결혼하지 않고, 쌀밥을 먹고, 찹쌀을 떡메로 쳐서 떡을 해 먹는다.

언제 가도 아름다운 완펑림이지만 3월초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산봉우리 사이사이 밭마다 유채꽃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다. 흐르러지게 핀 유채꽃, 푸르른 산봉우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부의족 전통가옥이 혼연일체로 어우러진다. 이때만큼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원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펑린에 서면 자연에서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수억, 수십억 년 전 바다가 지상으로 융기되어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 긴 세월 속에 육지가 지각운동을 겪으며 단층이 퇴적, 풍화작용을 거치며 형성된 완평린. 어쩌면 어떤 명승고적보다도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곳이 여기가 아닐까. 자연에 기대어 대대손손 살아가는 부이족의 숨결을 고이 간직하고.

완펑린은 구이린의 자랑 ‘리강’이 전혀 부럽지 않을 거다. 지척에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란 별칭을 가진 마링허 협곡이 있다. 지표면의 갈라진 틈새로 장장 74.8㎞의 협곡이 이어진다. 관광지로 조성된 건 협곡의 하단 7~8㎞로, 지면에서 200m 떨어진 아래를 걷는다. 협곡 양쪽으로 석회화된 바위가 수십여 개의 석암폭포를 형성했다. 지상으로부터 떨어지는 지는 폭포 소리가 일상의 묵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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