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23일 “삼성그룹이 이 회장을 미행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뒤 수사를 정식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J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7시 40분 서울 중구 장충동 CJ 이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물산 소속 김모 차장(42)이 이 회장을 미행하다가 수행원들에게 붙잡혔다.
CJ는 소송 직후 낯선 차량이 이 회장 자택 주변에 세워져 있어 수상하게 여겼고, 이날 오후 이 회장은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미행 차량을 유인해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서울중부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김 모 차장은 경찰에서 이름과 나이 주민번호 등을 밝혔지만 자신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김 차장이 경찰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회사측에서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김차장이 소속을 밝히지 않아 더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측은 그러나 어떤 경로를 통해 김 차장이 삼성물산 직원인이라고 확인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CJ그룹은 23일 공식입장을 통해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이 타기업 회장은 물론 삼성가 장손 이재현 회장에 대한 미행 감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삼성측의 해명과 공식 사과, 재발방지 약속 및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이병철 회장 사망 이후 CJ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1995년 3월 이재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집 옥상에 CCTV를 설치해 양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고, 최근 대한통운 인수 문제로 인해 갈등 양상을 보였다. CJ와 삼성의 이같은 갈등은 지난 14일 이맹희 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CJ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해 CJ 그룹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번 미행 건이 일어나 상당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