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금리 탈출 금융안전판

입력 2012-02-15 10:4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상연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본부장

1년 전 꼭 이맘 때이다. 한파주의보를 발령할 만큼 유난히 차가운 날씨, 빚 상담을 위해 공사 서민금융지원센터에 방문했던 30대 가장이 생각난다.

오토바이로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폭설로 빙판이 진 도로를 달리다가 전복사고가 났고, 그만 다리를 다쳐서 일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가정 생계를 도맡게 된 그의 아내는 낮에 다니던 회사 일이 끝나면 저녁에는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책임졌다.

아내 덕분에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던 그가 다시 오토바이를 타게 될 무렵 아내가 위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일을 쉬고 있던 그에게 수술비는 부담이었다. 은행대출도 어림없었다. 결국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아 수술비를 마련했고, 생활비로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문제는 고금리.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에게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굴레로 다가왔다. 오토바이 배달 일감을 기다리며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에서 ‘바꿔드림론’에 대한 소개가 나오더란다. 반신반의하며 캠코 서민금융지원센터를 찾은 그는 바꿔드림론의 도움을 받아 매달 이자만 18만원 내던 것을 5만원으로 줄이게 됐다. 어깨를 짓눌렀던 빚 부담에서 이제 희망이 조금 생겼다며 웃어보였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서민금융지원센터를 방문하는 이들의 어려운 사연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는 유럽발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세계경제의 저성장 영향을 받아 우리 경제도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저성장 그늘 아래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서민계층은 더 추운 곳으로 내몰리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캠코 바꿔드림론 이용자수가 전년대비 2.8배 늘었다. 이는 바꿔드림론의 제도 개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등 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캠코가 관리하고 있는 개인채무자는 244만명이다.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이다. 캠코가 지난 1997년부터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낙오된 개인채무자를 지원한 수도 140만명에 이른다. 캠코가 종합서민금융지원기관으로서 역점을 두는 것은 빚 때문에 경제활동에서 불가피하게 낙오되는 이들을 실패자로 둘 것이 아니라 금융안전판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빚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채무자가 본인의 힘으로 근본적인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캠코가 종전 ‘채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신용회복중인 분들을 위한 긴급생활안정자금 소액대출과 저신용자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바꿔드림론’, 일자리를 지원하는 ‘행복잡(job)이 프로젝트’까지 종합자활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캠코는 지난해 15개의 광역자치단체와 서민금융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지방의 복지행정과 공사의 서민금융제도를 연계해 복지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지방의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고금리 대출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바꿔드림론’ 사업을 보다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당장 2월부터 바꿔드림론 이용 후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고 있는 경우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바꿔드림론은 종전에 1인당 1회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바꿔드림론 채무를 모두 상환하고, 대출일로부터 3년이 지난 경우 다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고금리이자 부담으로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운 한파라도 시간이 지나면 물러가듯 올해 서민들이 바꿔드림론을 통해 빚의 한파 속에서 조금이나마 따스한 봄 기운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상연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본부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