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강남부자] 가업 승계·투자 교육으로 富 대물림

입력 2012-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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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부자는 경영수업·금융교육 비중 늘려…자수성가 부자는 자식 커리어 쌓은데 몰두

청담동에 거주하고 1000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A명품수입업체 대표인 김수입(가명)씨는 유학을 마치고 온 30세의 아들 김명품(가명)씨를 조그마한 물류 자회사에 과장으로 입사를 시켰다.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시켜 35세에 가업의 70%가량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아들 김명품씨는 지금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아버지인 김 대표가 MBA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 공부할 때 태어나 유치원 과정을 미국에서 수료했다. 이후 강남구에 위치한 사립 명문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매달 수백만원대의 개인 과외를 받으며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이후 국내 유명 유학센터를 통해 미국대학에 진학했으며 연간 수억원대 학비를 들여 대학원까지 공부를 마쳤다. 그는 또 미국의 유수의 기업에서 인턴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김명품씨는 최근 투자안목을 키우기 위해 3억~5억원의 적은 규모로 투자를 하면서 2개월의 한두번 정도 강남에 위치해 있는 금융회사 PB센터를 찾아 상담과 투자교육을 받고 있다.

이것이 강남부자들 2세 교육의 현주소다. 중견기업의 경영자로 키우기 위해 적지도 많지도 않은 교육에 대한 투자다. 이같은 수요에 따라 강남의 2세 교육시스템을 잘 갖춰져 있다. 이에 강북 부자도 강남으로 몰려들면서 부자들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일부 개발 등으로 용산 등 강북권에 부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지만 부자들의 강남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금융기관들은 부자의 비율을 강남부자가 70~80%이면 강북부자는 20~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서울시내 PB센터 중 64%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 몰려 있다.

강남 쏠림현상은 강남의 땅부자들이 2세 교육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교육 인프라가 탄탄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사교육 열풍이 시작된 곳도 바로 강남이다.

문용술 국민은행 WM사업부장은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라며 “이제 강남부자들의 2세 교육은 단순히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한 방법에서 발전해 부의 승계와 유지 또는 자산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도 계층간 교육 달라=강북부자들의 강남 이주한 이후 강남은 땅부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1세대부터 내려오는 정통적인 부자, 샐러리맨에서 자수성가한 부자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보통 1000억~3000억원대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정통적인 부자의 경우 일제시대나 광복기 전후에서 사업을 일으켜 성공했거나 월북한 부자 1세대들이 넘어와 정착한 사람들로 2세대는 70세 전후가 되고 현재는 3세대인 30~40대로 넘어가는 단계다.

자수성가한 부자의 경우 샐러리맨을 하다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 등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현재 50대를 전후한 부자층으로 이뤄진다.

또한 땅값의 상승으로 부자가 된 경우 유산을 상속 받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들 부자들의 분류에 따라 2세 교육도 달라지고 있는 것.

정통적인 부자의 2세 교육의 경우 차근차근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력을 쌓고 자회사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게끔 교육 프로그램을 받는다.

김일구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부부장은 “정통적인 부자의 경우 대기업 수준의 재벌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업에 맞게 CEO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요구한다”며 “금융회사들도 이같은 컨설팅을 제공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수성가한 부자의 경우 아직 2세가 어리기 때문에 학벌 등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강남 땅부자의 경우 부동산이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교육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황봉구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팀장은 “고객들마다 자기 연령대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당장의 관심사가 다르다”며 “향후 초중고교 및 대학진학 교육에 이어 자녀에게 부의 이전과 관련된 부분까지 통합적으로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 관련 세미나 등에 몰려=강남부자들의 주된 고민은 자식들에게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부를 이전하는 것이다.

문용술 국민은행 WM사업부장은 “가업승계 세미나나 컨설팅을 4~5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신청자가 몰려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강남부자들은 나의 부를 어떻게 하면 잘 이전해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도 PB센터에 세무관련 컨설팅 및 유학 관련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견기업 대표 자녀의 경우 CEO가 돼서 안정적으로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유학은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해외 기업 견학 및 취업 등에 대한 코스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강남부자들은 교육에 대한 니즈는 남다르다”며 “향후 CEO가 돼서 직원들을 이끌 때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명문대 동창,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학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그룹이 많다.

특히,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경우 세금에 대한 부담이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건물임대 회사 등을 설립해 물려주는 방식으로 부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A부동산 신탁 관계자는 “부동산 부자들의 경우 사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회사를 설립해 부의 안정적인 승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더욱 세분화해 가업승계를 전담으로 맡고 있는 팀을 구성하고 있다.

김일구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부부장 “돈이 많은 고객들이 세테크 목적으로 사전증여라든지 부가 다음세대에 이전되는 니즈가 많다”며 “2세 가업승계에 도움을 주게 되면 향후 2세도 고객으로 확보하게 되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가업승계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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